일본에서 최근 금 구매 붐이 일고 있다. 엔가치와 주가의 동반 하락, 디플레이션의 고착화 등 일본 경제의 불안정을 배경으로 가장 고전적인 자산 보관 방식인 금 구매를 위한 일본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의 인기 상승=일본내 최대 귀금속 가공 판매업체인 다나카귀금속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2월말 1g당 1000엔대에 머물렀던 금 1g의 가격이 1332엔(2월 14일 현재)에 이르는 등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량도 폭발적으로 늘어 다나카귀금속공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에 비해 2∼3배 가량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월 매출도 지난해 1월에 비해 무려 5배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우선 제로금리 정책에 따라 은행에 저금을 해도 이자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데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예금전액보호제도인 ‘페이오프’를 오는 4월부터 해제할 계획이어서 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됨에 따라 부동산 투자의 메리트가 없어진지 오래다. 버블경제 붕괴 후 건물,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은 10여년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이었던 주식, 회사채 등이 잇따른 기업체의 도산으로 자칫하면 하루아침에 종이조각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투자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다 엔가치 하락이 지속돼 연말께 현재의 130엔대(1달러당 엔환율)에서 150∼160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엔가치 하락분만큼 환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금을 선호하는 중장년층 남성뿐만 아니라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금 구매 붐이 확산되고 있다.
다나카귀금속공업의 이케다 사장실 실장은 “지난해 7월부터 금 구매붐이 일기 시작했다. 금 구매가 붐을 이루는 것은 딱히 재산을 믿고 맡길 만한 곳이 현재 일본에는 없기 때문”이라며 “전망이 없는 부동산 투자,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주식·채권 투자 등에 비해 금 구매가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과 대조=한국 국민들이 IMF시대라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을 팔았던 것에 비해 일본 국민들은 정반대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을 사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케다 실장은 “당시 한국의 경우 외화를 국내에 끌어들이는 게 최대 과제였다. 금 모으기 운동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외화부족이 불황의 원인이 아닌 만큼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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