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미국 연방정부는 미개척지역에 정착민이 많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1평방마일당 2∼3명이 사는 ‘프런티어(Frontier)’를 표시하는 선을 그을 수 없다고 발표한다. 서부개척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 것이다. 광부와 목동과 농부, 그리고 인디언이 등장하는 일대 서사시가 막을 내린 셈이다. 19세기 서부개척시대가 40∼50년 만에 끝났다면 20세기의 닷컴시대는 불과 4∼5년 만에 종언을 고한 것일까. 정착민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이제 ‘디지털 프런티어’도 사라진 것일까.
1848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교외의 존 서터(John Sutter)라는 이주민의 목공소에서 우연히 사금이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미국에서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서부개척의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캘리포니아 인구는 원주민을 제외하고 1만4000명 정도였는데, 이듬해 바로 10만명으로 불었고 1852년에는 22만명으로 늘어났다. ‘포티나이너스(49ers)’로 알려진 광부들의 황금빛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50년간 3500톤 가량의 금이 채굴됐다. 지금으로 치면 500억달러에 상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금이다. 그 많던 황금을 누가 다 가져갔을까. 유감스럽게도 이 때 금을 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금을 캔 사람들은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탕진한 반면, 광부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인 사람이 오히려 돈을 벌었다.
독일 출신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골드러시를 따라 서부로 가 광부를 상대로 천막을 팔다가 팔리지 않는 천으로 청바지를 만들어 큰 돈을 벌었다는 ‘리바이스’의 신화는 이미 알려진 대표적인 성공담이다.
선키스트(Sunkist) 탄생의 신화도 재미있다. 당시 광부들이 집단으로 이상한 질병에 걸렸다.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해 괴혈병에 걸린 것이다. 오렌지가 괴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오렌지는 하나에 1달러라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팔렸다. 오렌지는 농부들이 ‘재배하는 황금’이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와인도 마찬가지다. 나파밸리(Napa Valley)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와인도 골드러시 당시에 광부들을 대상으로 팔던 포도주에서 출발했다. 아이언스톤(Ironstone) 같은 회사는 폐광을 포도주 숙성 창고로 활용했다. 당시 광부들은 밤이 되면 무엇을 했을까. 음주와 도박이다.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꿈은 이 때부터 싹튼 것이다.
물론 광부들을 고객으로 삼았다는 단순한 사실 자체가 성공의 열쇠일 수는 없다. 광부들이 떠나면 폐광만 남듯이 고객이 떠나면 폐업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리바이스, 선키스트, 캘리포니아 와인,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성공신화 열쇠는 철도에 있다.
대륙횡단철도가 개통된 것은 1869년. 광부들이 다른 금맥을 찾아 떠나던 시기였다. 농부들은 철도에서 새로운 유통수단을 발견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 농장의 농산품과 축산품은 철도를 따라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라스베이거스도 1855년 자신들의 조용한 왕국을 건설하려던 모르몬교도가 모여든 작은 마을이었지만 철도가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도박의 도시’이자 ‘이혼의 도시’로 변신했다. 이렇듯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골드러시로 시작돼 철도로 완성된 것이다.
닷컴시대의 ‘디지털 골드러시’에서 황금을 캔 사람은 누구인가. 서부개척의 주역은 광부→목동→농부의 순서로 옮아갔다. ‘닷컴시대의 종언’으로 디지털 광부의 시대가 끝났다면 이제 곧 디지털 목동과 디지털 농부의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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