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재계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최선의 경영전략이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정말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걸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기업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어쩌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청람디지탈(대표 김만식 http://www.chunglam.co.kr)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감각, 포트폴리오 경영의 모범답안을 보여 준다.
청람은 지난 89년 설립 후 차량용 오디오 앰프 분야에서 ‘캘리버(Caliber)’라는 브랜드로 건실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서면서 여느 가전분야 벤처기업들처럼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및 TFT LCD모니터 및 위성라디오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아직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디지털가전의 특성상 투자대비 수익이 높지 않지만 기존 앰프 부문의 수익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를 누리고 있다.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돼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과 생산의 포트폴리오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앰프 및 위성방송수신기와 관련된 다수의 특허를 확보해왔고 98년에는 기술개발 부문에서 중소기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0년대의 기술적 격변에도 불구, 경영진이 안정적인 개발환경을 유지해 연구인력의 유출이나 잦은 변동을 잠재웠다는 증거다. 경기도 안성의 공장에서는 자체 브랜드 제품뿐 아니라 OEM 제품도 다수 생산한다. 생산라인이 늘 쉼없이 돌아간다는 건 청람의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금확보 면에서도 적정배분의 묘미가 살아난다. 회사 설립 후 꼭 10년만인 99년 코스닥에 등록한 청람은 사장의 경영권이 종종 위협받는 다수의 벤처와 달리 핵심 경영진과 우리사주 및 소액주주들의 주식 배분이 4대1대5 정도로 안정적이다.
이처럼 청람이 기술·생산·자금 등 벤처 경영의 3박자를 균형있게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김만식 사장과 김일환 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국내 중소전자업계의 산실로 불렸던 대영전자와 대륭정밀 출신으로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철저히 파악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리스크 관리 경영을 일찍부터 몸으로 겪어왔다.
올해 청람은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 뛰어든다. 홈시어터용 일체형 DVD를 필두로 해 웹패드 등 정보통신과 가전 기술을 결합한 제품들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자체 기술로 개발한 100% 디지털 앰프를 채택해 효율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보급형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틈새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또 차량용 위성라디오와 차량용 DVD플레이어로 앰프에 이어 카오디오 헤드유닛 시장으로도 사업분야를 확대, 올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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