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업계는 지난해 희비가 엇갈렸다.
몇몇 선두업체들은 많게는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모바일 게임도 돈이 된다’는 희망을 쏘아 올렸다. 수백만원을 들인 게임이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 신화’가 탄생하는가 하면 하나의 게임을 하루에 수천명이 다운로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더딘 시장 성장세는 대부분의 업체들에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겨줬다. 수많은 업체들이 월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고 더러는 채산성이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 성적표는 모바일 게임업계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업계는 지난해 많아야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가 300여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업체마다 1억원도 안되는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그것도 몇몇 선두업체들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 제로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업체도 한두곳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모바일 게임산업이 태동한 지 겨우 2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몇몇 업체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무도 매출을 올리지 못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라는 것이다.
모바일게임업체들도 올해를 ‘산업화 원년’으로 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컴투스·포켓스페이스·웹이엔지코리아·엠드림 등 선두 업체들의 경우 10억∼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버추얼머신(VM) 기반의 네트워크 게임 개발 등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잇따라 개발, 신규수요 창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시장 성장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는 아무리 게임업체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모두 허사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PC 게임 등과 같이 하나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이동통신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화 걸림돌=그동안 업계는 모바일 게임이 고전한 이유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단말기 보급 미진, 일반인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식부족 등을 첫손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포그레이폰·컬러폰·cdma2000 등 고사양 단말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단말기 보급에 대한 불만은 다소 줄어드는 실정이다. 특히 선두업체들이 월 평균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단말기 보급률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업계는 아직도 단말기 가격이 비싸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다며 정부에 단말기 보조금 지원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국 일본이 저가의 컬러 단말기가 대중화되면서 거대한 모바일 게임시장을 형성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요금제도 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바일게임은 어마어마한 통신료를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 시각을 키운다는 것. 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은 종량제 방식의 패킷 요금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여전히 통신요금이 비싸 모바일 게임 저변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업계는 비싼 요금 때문에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도 네트워크 대전 게임 서비스를 주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이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저렴한 통신료 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통신업체들의 폐쇄적인 통신망 운영도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통신사들이 망을 개방하지 않다보니 게임을 개발하고도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단말기 종류가 천차만별인 것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면 단말기 기종이나 액정 크기에 맞춰 각기 다른 게임을 또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말기업체들이 조금이라도 통일된 규격을 내놓으면 개발비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산업화 노력=모바일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열악한 시장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업계의 힘이 결집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모바일게임협회(회장 송병준)가 결성된 것을 기반으로 업계가 시장환경 개선을 위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또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이 일반인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는 게임성이나 작품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이미 컴투스 등 선두 업체들은 그동안 아이템만 있으면 무조건 개발에 착수하던 ‘백화점식 개발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바일 게임도 온라인·PC 게임에 맞먹는 ‘대작’을 만들면 얼마든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진출도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PC 및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내수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활로를 개척했듯 모바일 게임 역시 수출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무선 인터넷 인구가 늘어나는 중국시장은 ‘황금어장’이나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협회의 송병준 회장은 “모바일 게임은 앞으로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게임산업이며 무선 인터넷 환경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모바일 게임을 산업화하기 위해 업계와 정부, 통신업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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