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마리이야기에서 라이프로듀서를 맡았다. 라이프로듀서의 역할은 각 영화에서 그 책임과 권한에 대한 범위를 정하기 나름이지만 마리이야기에선 애니메이션 제작을 중심으로 관련있는 분야들을 매끄럽게 연결시켜 주고 전체적인 스케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내부에선 농담섞인 말로 줄세우는 역할을 하는 줄피디로 부르곤 했다. 그래서였는지 제작부문의 스태프들과 가장 많이 부딪히면서 서로에 대해, 일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마리이야기 제작과정에서 제작스태프들은 목소리 더빙 때문에 꽤나 많은 애를 먹어야 했다.
마리이야기의 목소리 더빙은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하나의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초기에 우린 선녹음과 후반재녹음을 모두 하기로 결정했다. 선녹음은 애니메이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료로서 쓰기위한 것이고(입모양을 어느정도는 맞춰보겠다는 의도임) 후반 재녹음은 그림이 다 완성되고 난 뒤 그림을 보면서 다시 녹음을 해 보다 정확하고 느낌이 살아있는 목소리를 입히겠다는 의도였다.
마리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역들은 참 탈이 많았던 부분이다. 캐스팅 기준부터 그랬다. 초기엔 아무래도 연기력을 위해서 성우를 쓸까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어른이 꾸며낸 아이의 목소리라는 것이 마리이야기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영화속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직접 캐스팅해 연기훈련을 거쳐 녹음을 하자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지었다.
문제는 선녹음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선녹음시 중1이었던 주인공 덕환이는(남우역) 변성기를 맞을 것 같은 불안한 기미를 보였다. 내성적인 성격과 환경탓으로 느낌은 어른이면서도 아이같은 순수함을 표현해야하는 덕환이의 목소리가 걸걸하고 째지는 목소리로 변하자, 제작진은 다른 아이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거의 10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연기를 잘한다는 아역배우들은 모두 만난 것 같다. 그래도 덕환이가 가지고 있던 느낌을 표현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림 역시 덕환이의 연기촬영(마리이야기는 콘티를 그린 후 연기자들의 연기를 촬영해 이를 바탕으로 보다 사실적인 그림들을 그려냈다)을 바탕으로 그려져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붙여보면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에 우연히 덕환이와 통화를 하게됐는데, 이 녀석, 그 사이 변성기를 마치고 예전보다 훨씬 정제된 예쁜 목소리로 변해있는 것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친구라서 그런가? 바로 감독님과 제작자, 그리고 녹음연출에게 전화를 했고 우린 오랜 목마름 끝에 덕환이를 다시 얻게됐다.
성인 연기자들 역시 난항의 연속이었다. 초기 선녹음 때에는 성우들을 중심으로 캐스팅을 했다. 전문 성우들이긴 했지만 최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와 같은, 어찌보면 성우처럼 하지 않는 연기를 요구했고 녹음을 하고 나선 몇몇 배역만 빼고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갖게 됐다. 그런데 막상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목소리를 입혀보니 여간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다시 캐스팅을 해야했고, 이번에는 배우들로 캐스팅했다.
방향은 좋은데 문제는 역시 캐스팅이었다. 어른들의 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어서 배우들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지도 미지수였지만 거기에다 예산까지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다. 초기 기획단계부터 배우를 쓰겠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우리가 믿고 있는 소신대로 부딪혀보기로 했고, 다행히도 이병헌씨와 안성기 선배를 비롯한 많은 연기자들이 흔쾌히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줘 놀랄 만한 스타급연기자들과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감독님의 ‘조금만 더∼’라는 까다로운 요구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잘했어요’라는 오케이 사인을 받길 바라던 배우들 덕에 마리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씨즈엔터테인먼트 이동인 라인PD jabbit@s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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