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설빔 차려입고 즐거운 `극장 나들이`

 설 연휴 극장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우리영화 대작의 불꽃튀는 흥행 대결이 펼쳐진다.

 물량면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앞선다. 올초부터 연일 기록을 갱신했던 ‘반지의 제왕’의 인기가 한풀 꺾이자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 4편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타 스탤론, 장 클로드 반담, 이완 맥그리거 등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 93년 10월 소말리아 내전 당시 미 특수 부대원들을 태운 헬기 ‘블랙 호크’가 반군 지역 내에서 격추되면서 하루 동안 벌어진 전투를 극화한 작품이다.

  영화 ‘진주만’의 제작자 제리 브룩 하이머와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진주만’의 폭발적인 화려한 액션과 ‘글래디에이터’의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영화 내내 치열한 전투 장면이 펼쳐지지만 할리우드 특유의 영웅주의 대신에 전쟁의 긴박감, 죽음을 앞둔 병사들의 두려움, 뜨거운 전우애 등에 앵글이 맞춰져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8일 개봉돼 3주째 북미 지역 흥행 순위(박스 오피스)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1일 개봉됐다. 이완 맥그리거와 함께 조시 하트넷, 톰 시즈모어 등 ‘진주만’에서 열연한 배우들이 대부분 캐스팅됐으며 15세 이상 등급가 판정을 받았다.

 8일 개봉되는 ‘콜래트롤 데미지’(Collateral Damage)는 9·11테러 사건으로 개봉이 연기됐다가 뒤늦게 빛을 보게 된 작품으로 설 연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라는 액션 스타가 주연을 맡았고 방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에 앤드루 데이비스의 뛰어난 연출이 곁들여져 말 그대로 흥행 보증 수표로 꼽히는 작품이다.

 ‘무고한 희생자’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미국 도심에서 테러리스트들에 위해 자행된 폭파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분노와 복수를 기본 스토리로 하고 있다. 물론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에서 보여준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의 연출력은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과 실감 나는 회면으로 탁월한 액션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15세 이용가.

 서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섬세한 액션 연기가 일품인 장 클로드 반담은 이번 설 연휴에도 한편의 통쾌한 액션 영화를 선사한다. 전설적인 종교 집단을 소재로 한 ‘디 오더’(The Order)가 바로 그 작품. 반담과 손을 맞춰 온 셸던 레티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반담은 이 영화에서 지금까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악을 물리치는 영웅으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신출귀몰하는 골동품 절도범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한 요양원을 배경으로 경찰과 살인범과의 대결을 그린 액션물 ‘디 톡스’는 실베스타 스탤론이 오랜만에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이다. 짐 길레스피 감독, 18세 이용가.

 액션과 스릴러를 내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서는 우리 영화 중에는 ‘공공의 적’과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이 두 작품은 개봉 초기부터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인기를 누르고 롱런의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투캅스’ 시리즈로 우리영화의 흥행 기록을 세웠던 강우석 감독이 재기작으로 선보인 ‘공공의 적’은 ‘한국에서 코믹 액션물은 통한다’는 통설을 그대로 입증해 보이고 있는 작품. 개봉 사흘 만인 지난달말 서울 14만2700명, 전국 누계 34만5300명을 돌파하면서 할리우드 초특급 대작 ‘반지의 제왕’을 박스 오피스에서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했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감각과 우리 영화의 2대 흥행 카드인 ‘조폭’과 ‘코미디’를 적절히 혼합, 관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있다. 강력반 형사 역의 설경구와 악질 살인범 이성재의 연기가 볼 만하다. 다만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아 가족 단위의 관람은 불가능하다.

 지난 1일 개봉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특이한 제목 그대로 우리 영화로서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친구’에서 시작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을 거쳐 최근작인 ‘공공의 적”으로 이어지는 ‘조폭 코미디’와는 상황 설정이나 장르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일본의 한국 지배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설정도 충격이다. 물론 스토리 전개는 스릴러 양식보다는 액션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8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한국판 블록버스터인 만큼 볼거리도 풍부하다. 장동건이 미남 배우에서 성격파 배우로 변신한 모습도 볼만하고 대사의 90% 정도가 일본어로 녹음됐다는 점도 이채롭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성인 취향의 영화에 밀려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토종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는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씨즈엔터테인먼트가 98년 기획해 장장 3년여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시나리오의 독창성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의 결정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성강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로봇들이 출연해 숱한 어려움을 겪다가 악당들을 물리치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 달리 열두살 소년 남우가 환상의 소녀 ‘마리’를 만나면서 성장해가는 감성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1 2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통해 바쁜 일상에 찌든 어른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20대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는 평가다.

 이 작품은 채색, 캐릭터, 원화, 동화, 3D배경, 특수효과 등의 모든 그래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2D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줌으로써 한편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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