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IT산업 총결산](9)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사진; 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국내외 반도체산업계의 뉴스메이커였다. 채권단의 지원을 놓고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D램 생산국 정부와 업체들은 설전을 벌였으며, 연말엔 비난에 앞장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전격적으로 제휴 협상에 돌입, 세상을 놀래켰다. 사진은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3일 제휴 추진을 발표하는 장면.

 반도체산업 역사 이래 최악의 해로 평가되는 2001년이 저물어간다. IT경기 거품이 급작스레 빠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 한해 내내 전세계 반도체 관련 종사자들은 ‘언제 시장이 회복하나’며 졸인 가슴을 달래고 또 달래야 했다.

 과잉 투자의 폐해도 처절하게 겪었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D램을 팔려고 해도 사주는 고객이 없었고 가동률이 30%에 못미치는 파운드리업체들은 생산라인 일시 가동 중단이라는 유례없는 경험을 해야 했다.

 결국 버티다 못한 메모리업체들은 ‘경쟁사 죽이기’에 나섰고 경쟁에 뒤처진 도시바·NEC·히타치 등은 손을 털고 나갔다.

 반도체에 비해 디스플레이 산업은 상대적으로 나았다. 가격은 폭락했으나 그나마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1·2위를 차지한 덕분에 국내 업체들은 시장 퇴출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연말들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격이 오르면서 희망의 빛이 어른거렸다. 그렇지만 내년 시장을 그리 낙관할 수 없다. ‘올해는 수능, 내년엔 본고사’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도체 일반, 메모리반도체 분야=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올해 불황의 한파를 온몸으로 겪었다.

 십수년 만에 사상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시장의 효자 반도체가 순식간에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빅딜의 야심찬 정책에도 불구하고 LG반도체와의 통합 출범한 하이닉스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유동자산 위기에서 시작해 금융권·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함께 원치 않는 D램시장 재편의 주연이 됐다.

 삼성전자도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경험하면서 호된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점유율을 크게 높여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했다.

 마이크론-하이닉스-인피니온-도시바로 이어지는 합종 연횡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전만 해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가격이었다. 전체 생산량은 60% 이상 늘어났으나 비트당 가격은 70%나 하락했다. 11월 이후 재고량 축소와 계절적 수요 등에 힘입어 현물가격과 대형 PC업체에 공급하는 고정거래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 D램시장은 결국 지난해에 비해 60% 넘게 축되는 비운을 맞았다.

 반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플래시메모리와 비교적 가격이 높은 S램은 메모리업체들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

 이 과정을 통해 메모리업체들은 더이상 PC가 메모리시장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Ut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무기를 바꾸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기술적으론 올해 초미세 회로선폭 공정기술과 300㎜ 웨이퍼 기술이었다. 삼성전자가 두 기술 모두 선도했으며 경쟁사들도 허겁지겁 따라가야 했다.

 0.15미크론 공정을 시작하는가 했더니 벌써 0.13∼0.14미크론 공정도 등장했다. 또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이 잇따라 300㎜ 웨이퍼 양산을 선언하면서 300㎜시대가 임박했다. 하지만 투자축소와 과잉생산의 우려로 인해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말이나 2003년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장비·재료는 물론 반도체설계자동화(EDA)툴 업체 등 협력업체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했다. 잇따른 설비투자 축소로 1년 내내 손을 놓고 있어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발 IT경기 악재와는 독립된 중국은 새로운 엘도라도로 급부상했고 패키징 업체들을 시작으로 반도체업체들도 너도나도 중국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을 두려워한 반도체업체들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투자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한해 성과가 있다면 이같은 환경변화를 겪으면서 전세계 반도체업체가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와 향후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이다. 시스템온칩(SoC)을 육성하고 아웃소싱을 확대해야 한다는 뼈저린 경험을 갖게 됐다.

 ◇비메모리 반도체분야=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올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D램 시장의 급락으로 전체 시장규모가 30%로 역성장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는 업체들의 경영성과를 되짚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데이터퀘스트가 발표한 세계 반도체업체들의 매출 순위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6위에 머물렀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의 방어로 19%의 역성장에 그쳐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3위였던 NEC는 D램 가격 하락과 함께 50%에 육박하는 급감세로 ST마이크로와 자리를 바꾸고 말았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40%이상의 매출 역성장세에도 4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도 시스템LSI 분야가 20% 축소에 그쳤기 때문이다.

 125·150㎜ 노후팹을 전환해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한 하이닉스반도체도 지난해 이 분야에서 3억4000만달러의 실적을 거뒀고 올해는 20∼30% 감소하겠지만 지난 8월 이후 매월 10% 이상 점진적인 회복세를 탔다. 또 전체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비중과 매출 비중도 지난해 10% 미만에서 20%에 육박했다.

 반면 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반도체 파운드리 전문업체들로서는 정말 힘겨운 한해였다. 주문량의 급락으로 가동률이 30%까지 떨어지면서 존립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렇지만 주요 고객의 재고량 감소로 8월을 바닥으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 한숨을 돌렸다.

 중소 반도체설계 업체들로서는 존재 의미 자체가 무색했던 한해였다.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사줄 고객이 없었고 정부과제에 연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MCS로직·에이디칩스·에이로직스 등 틈새시장에서 성공해 기반을 잡은 대표주자들도 등장했다.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키워드는 SoC였다. D램 시장의 종속성을 극복하고 차세대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 목소리였다.

 산학연의 노력과 움직임도 활발했다. 물론 중복 지원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산자부는 MPW사업을 통해, 정통부는 IT SoC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분야=‘흐렸다가 점차 갬’.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을 돌아보면 상반기에 극도로 침체됐다가 하반기 들어서 회복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평판디스플레이(FPD)의 대표주자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의 여파로 재고가 늘어나면서 상반기부터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브라운관 업체의 공장가동율도 사상 최악인 60%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브라운관 업계는 라인 조정을 통해 재고를 소진하고 신규 물량까지 발생해 6월 이후 9월까지 매월 20∼30%씩 성장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업체들은 저마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개발력과 영업력을 집중하면서 수익성 강화를 노리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용 TV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끝없이 추락할 듯했던 TFT LCD 가격도 모니터용 제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점차 안정세를 돌아섰다. 10월부터는 가격이 반등하고 15인치와 같은 일부 모델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는 등 예상밖의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에도 모니터용 제품에 대한 수요증가가 지속되고 노트북PC용 제품의 수급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TFT LCD 시장은 계속 완만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휴대기기용 컬러 LCD 등 신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해본 시기이기도 했다.

 지난 5월 LG전자에 이어 7월에는 삼성SDI가 PDP 양산라인을 본격 가동하면서 이미 생산을 시작한 후지쯔히타치플라즈마(FHP) 등 일본 업체와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낮은 수율 때문에 PDP는 아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크려면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PDP업체들은 저마다 원가절감 전략을 수립하고 부품·재료 국산화와 새로운 공정·회로 기술 개발을 통해 PDP 대중화의 ‘바로미터’인 인치당 1만엔을 실현하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PDP TV에 대한 특소세를 인하하고 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하나둘씩 결실을 보고 있으며 내년 월드컵을 계기로 대화면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여 PDP 대중화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희망찬 소리도 나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손 꼽히는 유기EL은 삼성SDI와 LG전자가 각각 내년 상반기중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SK를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벤처업체들이 본격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 그야말로 혼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곧 양산에 들어가는 수동형(PM) 유기EL에 비해 능동형(AM) 유기EL은 아직 표준화된 기술이 없어 초기기술을 선점하려는 업체간의 경쟁이 뜨거운 한해였다.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은 품목 간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형 TV시장은 PDP가 장악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삼성전자가 40인치 TFT LCD를 선보이면서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SDI도 15.1인치 유기EL 시제품을 개발해 중대형 시장에서 LCD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장 아쉽게 여기는 것은 연구개발 인프라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학연 연구를 통해 TFT LCD와 PDP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했던 G7 사업이 지난 9월말로 종료된 후 후속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연구개발의 엔진이 식을 것이라는 우려로 산학연계는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위상을 드높인 국제 잔치인 제1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 및 전시회(IMID2001)가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들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디스플레이 포럼도 창설됐다.

<반도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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