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 "산타는 없다?"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연말 증시가 아르헨티나 사태와 더불어 미국 기술주 약세, 환율급등 등 돌발악재에 부딪혔다.

 21일 거래소시장은 19.80포인트(2.98%) 하락한 644.71로 마감됐다. 특히 내년 경기회복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됐던 정보기술(IT)주들의 낙폭이 커 거래소 IT지수는 4.31%나 폭락했다. 코스닥시장도 기술주 중심의 약세가 나타나며 1.41포인트(2.02%) 떨어진 68.4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벤처지수는 2.90% 하락, 시장평균 하락률을 상회했다.

 이날 국내 증시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20일(현지시각) 미국시장의 기술주 약세 때문이다. 주니퍼네트웍스의 실적악화 경고는 그동안 불어왔던 기술주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지수는 5.06%,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07% 하락하는 등 기술주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확대됐다. 미 월가에서조차도 섣부른 기술주 회복론은 무리라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기술주 약세와 함께 연말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해외 동향이 국내 연말 증시에도 부담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임 사태까지 치닫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전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내년초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엔화가치가 급하락하는 것도 국내 수출기업들에 악재가 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0원을 넘는 급등세로 주식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환율이 이런 추세로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12월 결산에서 적지않은 환차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엔화의 절하속도가 원화가치 하락을 압도하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 중심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란 부담도 커졌다.

 환율상승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동향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국인들은 주가변동 없이도 앉아서 환차손이 발생하는 효과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들도 경기회복을 겨냥한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우선 보수적인 투자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698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도 해외 악재가 수그러들 때까지는 수출비중이 높은 기술주보다는 내수주에 집중하는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 등 통신서비스주나 연말특수에다 내수우량주인 LG홈쇼핑·CJ39쇼핑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정수 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기술주 중심의 약세에서도 홈쇼핑주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해외 악재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며 “내년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지만 갑작스런 해외악재를 감안할 때 연말랠리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위험을 축소하는 투자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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