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기기의 중복 인증

 관련 법규에 따라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해도 그 제도가 불합리해 관련 업계에 부담이 된다면 서둘러 고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계 IT업체들의 일부 정보기기에 대한 중복인증도 그런 유형에 속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외국계 IT업체들은 현재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각각 실시하고 있는 프린터·스캐너·모니터 등 일부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인증제도가 같은 기준에 의해 두 번 실시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수차례 모임을 갖고 해당 부처에 행정 낭비이자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이 같은 불합리한 인증제를 단일화하거나 간소화해줄 것을 건의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보기기를 비롯한 각종 기기에 대한 철저한 인증은 제품의 품질관리와 사용자 안전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외국계 IT업체의 주장처럼 비록 일부 정보기기에 한정되긴 했지만 다른 기관에서 같은 기준으로 각각 인증한다면 이는 어떤 형태로든 교통정리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증 기준이나 절차가 엄격해 품질이나 기능·안전성이 완벽한 제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같은 기준으로 두 번 인증을 받는다면 행정 낭비요, 기업의 부담만 더해주는 것이다.

 현재 프린터·스캐너·모니터·디지털복합기 등은 정보통신부의 통신기기형식승인과 전자파적합등록을, 그리고 산업자원부의 전기용품안전인증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디지털복합기의 경우 기능이 복사기와 스캐너·프린터·팩시밀리 등으로 다기능 제품이어서 통신기기와 정보사무기기로 분류돼 통신기기형식승인과 전기용품안전인증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러나 통신기기 형식승인이나 전기용품안전인증 항목에 EMC와 전기안전(safety) 등이 모두 들어 있어 해당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두 번 인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프린터·스캐너·모니터 등은 두 번 인증을 받는 제품에 속한다. 이 제품은 전기용품으로 분류돼 전기용품안전인증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PC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자파적합등록 대상이다. 하지만 두 곳의 인증 항목에는 EMS나 EMI 테스트가 들어 있다.

 물론 이런 경우에 대비해 전파법에 전자파적합등록에 준하는 인증을 받은 경우 전자파적합등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파생 모델을 인정하는 전기용품안전인증제도와 달리 전자파적합등록의 경우 파생모델을 인정하지 않아 관련 업체들은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정부는 부처간 협의를 거쳐 현재 논란이 되는 중복인증제를 단일화 또는 간소화해 관련 업체의 부담을 경감해주도록 해야 한다.

 현행 제도를 지속하면 관련 업계나 행정기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원의 대상만 될 뿐이다.

 정부는 차제에 급증하는 다기능 신제품에 대한 제품 분류 및 인증제도 전반을 검토해 미비점과 보완점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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