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알티베이스 사장 gwkim@rtbase.com
향후 사회가 지식 정보사회가 되리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 사회 가치에서 지식이 중요한 자산이 되는 지식 기반 정보 사회로 전이된다는 의미다. 그러면 지식 정보사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시스템 구축 관점에서 본다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지식이란 정보들간의 관련성을 맺어 의사결정 요인이 되는 것이고 정보란 데이터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식을 이루는 최소의 단위인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속도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지식사회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때 이는 전적으로 DB관리 시스템 기술 활용여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IBM이 인포믹스를 인수한 것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MS SQL서버라는 DB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DBMS라는 원천 기술력이 없이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SW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라는 것이다. DB로 성장한 다국적 기업인 오라클은 전세계 130여개 국가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시가 총액 130조의 가치를 가진 기업이다. 이는 거의 우리나라 거래소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시가 총액으로서 결코 거품이 아니라 지식정보 사회에서 DB가 갖고 있는 주도권에 대한 미래 가치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현실을 보면 관공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95% 이상이 외산 DB를 사용하고 있다. 벤처 열풍이 일어났던 99년, 2000년조차도 가장 많은 돈을 챙긴 기업 가운데 하나가 외국계 DB업체였다. 한국은 IT소비 국가로서 그 어느 때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을 뿐이다. 필자는 이 시점에 이들 업체를 시기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기반 기술 특히 DB기술에 노력하지 못한 국내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에도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십 수년 전부터 연구소를 중심으로 DB 개발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왔고 나름대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품화하여 시장 진입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시장진입은 실패했다고 본다. 너무 성급하게 성공하기를 바란 것이 첫번째 오류라고 볼 수 있다.
DB는 SW의 꽃이라고 할 만큼 많은 공수와 노력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대략 20∼30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개발, 영업하다가 당장에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고 사업을 포기하는 조급성을 보였다. 그러나 DB기술은 적어도 70만라인 이상의 시스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 SW로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갖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아이템이다.
둘째로 틈새를 적극 노려야 한다고 본다. 이는 후발업체에는 당연한 전략이다. 고객은 절대로 제품이 저렴하다거나 국산이라고 기업의 기간 시스템이 되는 DB를 도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바라서도 안된다.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성능이면 성능, 신뢰성이면 신뢰성 등 무엇이든 다른 외산 DB업체가 간과하고 있는 차별화된 시장이 분명 존재한다. 초기 진입단계에서는 차별화된 기능으로 틈새 시장에 진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전략없이 요행을 바라지 않았나 싶다.
셋째 고객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DB시스템은 기업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핵심 분야로서 그 선택의 기준이 가격보다는 안정성과 신뢰성에 있다. 후발 주자인 국산 DB시스템 개발 업체라면 안정성면에서 당장 외산업체를 앞서기는 힘들다. 어차피 DB라는 거대한 SW가 안정화되는 것은 많은 고객이 사용해 문제점을 피드백해줘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지원으로 고객을 안심시키고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해 안정성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DB분야에서 선진 업체와 격차가 너무 많이 나므로 DB라는 시스템SW에 힘을 쏟기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응용SW 분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식정보 사회의 진정한 자립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가는 길에 큰 산이 존재할 때 산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산을 넘을 용기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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