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남성 수다맨`들의 전성시대

 “남자라고 수다떨지 말란 법 있나요?”

 요즘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있는 코너 중 하나는 단연 ‘수다맨’이다. 슈퍼맨 복장을 한 수다맨은 여주인공의 궁금증을 거침없는 ‘수다’로 단숨에 해결해준다.

  “지하철 3호선은∼요, 대화·주엽·정발산·마두·백석·대곡·화정·원당…대청·일원·수서…” 등 독특한 동작을 곁들여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일사천리로 역이름을 외우는 그의 인기비결은 당연히 ‘수다스러움’이다.

 우리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는 속사포같은 수다쟁이 대신 유머러스하고 황당한 말솜씨를 뽐내는 4명의 킬러들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남성들의 수다’ 열풍은 이제 케이블TV에도 예외가 아니다. 말 많은 남자는 채신머리없고 가볍다는 고정관념을 깬 ‘수다스러운’ 남성들이 케이블TV의 각종 토크 프로그램들을 이끌고 있는 것.

 매일경제TV ‘증권와이드쇼(토 10시)의 ‘그 남자들의 수다’ 코너에는 유태호 다임인베스트먼트 사장 외에 2명의 증권 전문가가 고정 출연해 한주 동안 벌어진 다양한 증권가 얘기를 사담 형식으로 털어놓는다.

 어깨에 힘을 주고 굳은 표정으로 증권소식을 전하는 여타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스키와 주식투자의 상관관계’ 등 재미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웃집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코미디TV의 성인대상 토크쇼 ‘포맨쇼’(일 밤 10시)는 제목부터 남성들이 이끄는 쇼임을 강조한다. 장용·전창걸·배동성·윤기원 등 입담 좋기로 소문난 4명의 남자 개그맨들이 출연해 일정한 테마에 대해 수다를 떤다.

 심리토크·진실토크 등 다양한 코너들은 ‘남성들도 수다떨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남성 진행자들의 말솜씨에 반해 인터넷 팬클럽까지 생긴 경우도 있다.

 게임채널 ‘온게임넷’의 ‘스터디 인 게임(화 밤 10시 30분)’을 진행하는 오주양·박종혁 PD가 그 주인공. 이들은 방송국 이곳 저곳을 오가며 끊임없이 게임 공략법, 게임속의 영어 등에 관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야기에 요리까지 곁들여지면? 요리채널 채널F의 ‘맨2맨 쿠킹’은 그동안 금남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부엌이라는 공간과 수다떨기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이 프로그램에는 각각 한식요리와 퓨전요리의 대가인 김하진씨와 윤정진씨가 출연해 한가지 재료를 가지고 전혀 다른 느낌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깔끔한 외모만큼 부드러운 말투가 주부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고. 이처럼 남성 진행자들의 수다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에 대해 매일경제TV 편성팀 진용태 PD는 “기존에 여성들만의 영역이라 여겨져온 수다가 남성들에게로 확산된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거부감이 없어졌다”며 “과묵한 남자보다 유머러스한 남성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TV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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