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포첸통 공항 국제청사는 요즘도 공사가 한창이다. 건물을 늘리고 비행기 트랩을 새로 만드느라 주변 지역에 소음과 먼지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공항 증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프랑스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관광지로 전세계 각지에서 여행객이 몰려드는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건물 역시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중인데 이 부분은 일본에서 자금을 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이나 유적지 이외에도 캄보디아에 있는 학교, 교육센터 대부분은 외국 자본으로 만들어지거나 운영된다.
이처럼 아직도 캄보디아 경제는 선진국과 국제기구의 원조와 외국기업의 투자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6억1000만달러 예산 가운데 2억2000만달러 이상은 외국 원조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 캄보디아는 IT산업 역시 강력하고도 완전한 개방을 통해 기반구조를 갖춰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열 수 있는 것은 모두 연다’는 것이 IT정책의 기본 골격. 이미 캄보디아 정부는 외국인투자법을 94년 공포하고 97년 시행령을 발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이를 IT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신청시 45일 이내 승인여부 결정, 외환 해외송금 자유, 투자자의 자산 국유화조치 불가, 승인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가격통제 불가 등 외국인을 위한 어떤 차별조항도 두지 않고 있어 투자조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방의 핵심은 정부주도형 개방이라는 것. 캄보디아의 경우 20여년의 내전이라는 특이한 역사로 인해 2차 제조업이 성장하지 못했으며 중간급 사회 엘리트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민간기업의 역량이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따라서 캄보디아 IT산업은 대부분 정부와 외국자본이 합작해 조인트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형태로 육성되고 있다. 카사콤, 캄GSM, 캄신, 트라이셀캄, 캄인텔, 싱텔, 텔스트라 등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통신업체들은 대부분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카사콤은 체신부와 태국 사마트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조인트 벤처기업이며 모비텔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캄GSM 역시 스웨덴 자본과의 합작사다.
캄신과 캄텔은 각각 태국 시나와트라사와 태국 CP그룹이 체신부와 합작해 만든 기업들이다. 이번에 캄보디아 행정전산망을 수주하게 된 한국컴퓨터통신의 경우도 지난해 캄보디아 정부와 합작해 현지법인인 유니SQL캄보디아나를 설립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주도형 IT산업을 이끌어가는 곳은 지난해 만들어진 국가정보통신기술발전위원회(NiDA)가 있다. NiDA는 국가 전체의 정보화 및 IT산업을 총괄하는 중앙기구로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전산원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보다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 특히 훈센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총리 산하기구로 막강한 정치실권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NiDA는 캄보디아 IT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기구로 떠오르고 있다.
NiDA에서는 지난 27일 계약식을 가진 행정전산망(GAIS)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범국가적인 정보화 및 IT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번 행정전산망 프로젝트를 ‘유사이래 최초의 국가정보화 프로젝트’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선거 등 일회적인 목적으로 정보시스템 구축이 진행된 적은 있었지만 국가 운영에 관련되는 행정, 주민데이터, 부동산, 차량 등의 데이터를 완전히 시스템화하는 방대한 네트워크화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외에도 3000만달러에 달하는 국가지리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도 나설 계획이며 금융망, 경찰망 등 모든 국가 기간망을 네트워크화하고 DB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또 하나의 IT과제는 인력교육이다. NiDA의 모든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리우드 국장은 “현재 캄보디아 IT인력은 대부분 워드나 엑셀 등 초기 수준의 SW사용법을 알고 있을 뿐 웹디자인, DB개발 등을 위한 고급인력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며 “수준높은 기술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풍부하면서도 저렴한 노동력을 IT인력으로 흡수할 경우 대내적인 효과는 물론 인력수출을 통한 대외 경쟁력 제고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캄보디아는 이를 위해 각종 기금과 원조, 협력을 통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진행하고 있다. 직업훈련원 설립·운영기금으로 지원된 3000만달러의 상당부분을 IT부문에 투입할 계획이며 시스코,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이나 네트워크 교육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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