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돈은 없고 할 일은 많고...`

중소형 증권사 전산실에 비상이 걸렸다.

 연간 IT예산이 100억원 안팎이고 전산인력도 20∼30명에 불과한데 10단계 호가체계 준비작업과 서비스요금 인상 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 대형 증권사에 비해 인력과 예산이 모두 턱없이 부족한 이들 증권사의 전산실은 최근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로운 시스템 개발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올해 안으로 개발을 완료하거나 계획수립을 마쳐야 하는 작업은 세가지. 우선 올해 안으로 네트워크 부문을 확충해야 한다. 현행 5단계 호가체계가 내년 1월부터 10단계로 바뀌는데다 증권거래소의 데이터 전송방식도 현행 19.2k 비동기 방식에서 256k UDP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데이터 전송량 급증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증권사는 전송방식 변경으로 인해 데이터량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저마다 통신망 증설이나 소프트웨어 도입 등 다각도의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증권전산의 전산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따른 서비스요금 인상이다. 증권전산은 현재 자체 원장시스템을 보유하지 못한 증권사에 제공하고 있는 ‘신공동온라인서비스’와 ‘세이브플러스’를 중단하는 대신 이를 통합·개편한 ‘베이스21’을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25% 정도 요금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베이스21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자체 원장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하지만 두가지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전산실 관계자는 “베이스21이 기존 서비스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이겠지만 예산이 넉넉지 않은 게 문제”라며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중소형 증권사 전산실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재해복구시스템.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1년 가까이 끌어오던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권고안을 발표함에 따라 연내에 이에 대한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물론 수초 사이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거래되는 증권사의 업무특성상 재해복구시스템은 필수 사항이지만 증시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신규투자가 요구되는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이처럼 각종 전산업무가 가중되면서 다른 신규작업 추진이 어려워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트레이딩의 보안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자인증 도입이 전 증권사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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