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설비투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하이닉스·아남반도체 등 반도체업체들이 신규로 확보한 자금과 그동안 투자를 유보한 자금 등을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소식이다.

 투자자금을 보면 삼성이 3조원을 웃돌고 하이닉스도 1조2000억원,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 등을 합치면 5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여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반도체업체들의 투자는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경쟁사들보다 앞서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점 등 때문일 것이다.

 반도체업체들은 이번 투자를 통해 첨단제품 생산설비를 도입함으로써 고집적 반도체를 상품화할 경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임에 틀림없다. 또 반도체업체들의 투자는 반도체 장비업체는 물론 관련 산업 분야에 긍적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5조원이 넘는 돈이 산업체에서 풀려나오면 국가 경기를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몇몇 반도체업체들이 영위하는 사업으로 국가적인 득실을 따지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반도체산업의 비중이 그만큼 커져 버렸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는 당사자나 주변산업, 그리고 국가 경제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반도체업체의 이번 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 반도체 분야의 투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이뤄져야 하고 그러다 보면 때로는 불황기에 단행되기도 한다. 이번 반도체업체들의 투자도 바로 그런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반도체업체들이 투자하려는 자금이 비메모리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 등에 투자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종전처럼 메모리 분야에 치우친다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제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대규모로 고집적 메모리 반도체 시설에 투자를 한다면 그만큼 반도체산업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국가 경기는 반도체산업 경기에 더욱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특히 부침이 심한 메모리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가 침체되면 그 영향으로 국내 경기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첨단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극심한 반도체 불황 때문에 겪어야 하는 국가 전체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메모리 분야에 편중된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메모리라고 하면 마이크로프로세서 정도에 한정됐지만 지금은 통신용을 비롯한 가전·자동차·항공·우주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반도체업체들은 이제부터라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함은 물론 국가의 안정적인 경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비메모리 분야의 투자에 적극 나서 편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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