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20일 0시부터 프로젝션TV와 에어컨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난 며칠간의 특소세 소동이 일단락됐다.
법안 통과 소식을 접한 가전 및 유통업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특소세 인하가 조기에 확정된데 대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조치가 그간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를 어느 정도 녹일 것이란 기대감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혼란스러웠던 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전·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마음 한구석에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특소세 인하 폭이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업계는 침체돼 있던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그나마 보급률이 낮은 에어컨과 프로젝션TV의 수요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 대해 줄곧 특소세 폐지를 건의해 왔다.
따라서 현행 30%에서 20%로 인하된 에어컨과 15%에서 10%로 낮아진 프로젝션TV의 특소세 인하 폭은 업계의 기대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가전업계는 “이번 조치는 내수활성화를 견인하기에는 미흡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더욱이 TV업계의 경우 당초 15%의 특소세율이 폐지될 것으로 믿고 있다가 막판에 10%의 특소세율이 유지된다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프로젝션TV보다 훨씬 고가품인 PDP TV도 잠정세율 적용을 통해 특소세율이 1.5%로 낮아진 마당에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가 돌연 10%의 특소세율을 부과키로 한 이번 조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당초 특소세가 폐지될 것으로 믿고 단 한명의 고객도 놓치지 않기 위해 특소세 인하분(16%)만큼 가격을 미리 낮춰 판매에 나섰던 일부 유통점들은 서둘러 가격을 다시 상향 조정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해야 했다.
정부의 특소세 인하 방침이 알려진 후 대책마련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서두르면 낭패를 볼 수도 있어요. 좀더 지켜보다가 모든 게 확정되면 그 때가서 말할게요”라고 말한 업계 관계자의 얘기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부의 정책결정에 늘상 헛다리만 짚었던 언론에 비하면 업계 사람들이 오히려 한수위였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전자부·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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