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지난 9월 3일 발표된 HP와 컴팩의 합병에 대해 양사 창업자 후손들과 경영진들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합병 성사 여부 열쇠를 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데이비드&루실 패커드 재단이 내달 7일 이사회 모임을 가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6년 사망한 데이비드 패커드의 세 딸이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루실 패커드 재단은 HP의 지분 10.4%를 보유, 단일주주로는 최대규모를 이루고 있다. 앞서 HP의 지분 10% 정도를 가지고 있는 휴렛가와 패커드는 공식적으로 합병 반대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데이비드&루실 패커드 재단의 결정이 합병 성사 여부에 ‘결정타’가 될 전망이 높다.
이 재단의 재무상태를 책임지고 있는 조지 베라는 재단의 합병 지지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계속 모든 사항을 검토중”이라고 발혔다. 이어 그는 “다음 이사회 모임이 내달 7일로 예정돼 있어 12월이나 내년 1월 사이에 어떤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HP와 컴팩의 합병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고 윌리엄 휴렛의 아들 월터 휴렛은 합병 반대 발표에 이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들을 상대로 합병 반대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청원서를 내는 등 반대 활동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월터 휴렛은 70쪽에 달하는 합병 반대 사유서를 발표, 합병이 HP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합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실제 91년 AT&T의 NCR 인수, 86년 버로의 스페리 인수, 89년 HP의 아폴로컴퓨터 인수, 97년 HP의 베리폰 인수, 98년 컴팩의 디지털이퀴프먼트 인수 등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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