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24)> 코스닥으로 가는 길

 올 한해동안 거의 100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오랫동안 마음 졸이며 준비해온 코스닥(KOSDAQ) 심사를 통과했다.

 어려운 경제여건속에서 벤처기업과 코스닥시장에 대한 일반의 우려를 뚫고 이뤄낸 것인 만큼 더욱 뜻깊은 일이라 생각된다.

 또 최근 코스닥시장이 바닥을 벗어나 꿈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멀게 느껴졌던 ‘코스닥의 미래가 바로 우리의 미래’라는 구호를 다시 떠올리며 우리 벤처기업들에 코스닥은 과연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되새겨 보게 된다.

 무선인터넷분야에서 자체기술을 들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A사는 얼마전 코스닥 ‘수능시험’에서 뜻밖의 난제를 만나 고전하다가 결국 ‘보류’ 판정을 받고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의 매출액이 적고 보유기술의 시장규모가 얼마가 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충분한 심사와 고민끝에 내려진 판정이겠지만 코스닥을 준비하던, 그것도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 신기술을 개발해 왔던 벤처기업들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의 벽이 되고 만 것이다.

 A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모 재벌그룹사 연구소에서 10년 가까이 투자해 개발해온 기술이었다.

 A사는 IMF 이후 사업조정과정에서 연구팀 구성원들이 독립(spin-off)해 만든 회사로 설립 당시부터 매출을 올릴 만큼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유수 벤처캐피털의 자금도 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그후 채 2년이 안되는 동안에 빠른 성장을 거둔 A사는 코스닥등록을 계기로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A사는 다시 반년이상 코스닥 입시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물론 코스닥등록이 벤처경영의 최종 종착지가 될 수는 없다. 기업공개(IPO)는 회사가 성장과정에서 거치는 몇단계 중요한 관문의 하나며, 코스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굳이 코스닥을 가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사업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데 이의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에 미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코스닥 말고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기대는 공개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을 바탕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더욱 성숙된 경영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고 등록기업이라는 사회적 신용도를 활용해 자금조달이나 영업활동은 물론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쉬워진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스닥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하며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벤처 몇만개 육성’이라는 정책적 의지에 밀려 코스닥을 다그쳐서도, 상처를 줘서도 안된다.

 결국 우리들 스스로 코스닥을 통하지 않고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방도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모자란 힘과 부족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이 겨울을 이기고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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