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디지털드림스튜디오가 3차원 애니메이션인 ‘런딤’을 개봉한 것을 계기로 ‘마리이야기’ ‘앨리시움’ ‘오디션’ ‘원더풀데이즈’ ‘아크’ 등이 내년 상반기까지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단 한편의 작품도 걸지 못했던 지난해의 상황에 비교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업계는 90년대 이후 OEM 제작중심에서 탈피, ‘산업으로서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자리잡기 위한 가능성을 다각도로 시험해 왔다. 하지만 관객의 냉대와 무관심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올 초 개봉된 ‘더킹’과 ‘별주부 해로’ 등은 기대와 관심 속에 상영에 들어갔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결국 값비싼 수업료만 지불해야만 했다.
따라서 올 겨울 출시되는 작품들은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정착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입증되지 못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수익모델을 제시할 수 있으나 실패하면 애니메이션업계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아직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존립 자체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거나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90년대 초반의 작품과는 달리 기획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일보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대표 이정근)의 ‘런딤’과 빅필름(대표 권재성)의 ‘앨리시움’은 3차원 그래픽을 이용해 실사에 버금가는 화면을 연출하고 있으며 양철집(대표 김문생)의 ‘원더풀데이즈’는 실사 미니어처와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해 작품을 제작하는 다양한 기술을 보여 주고 있다.
또 씨즈엔터테인먼트(대표 조성원)의 ‘마리의 이야기’는 20대 여성 등 성인층을 겨냥한 작품으로, 그동안 취약한 분야로 지적돼 온 국산애니메이션의 기획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전문 투자사나 펀드, 투자 조합들이 업계에 잇따라 참여, 자금 및 리스크 관리를 훨씬 합리적으로 운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우수 인력들이 대거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것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국내 영화팬들의 발걸음을 애니메이션으로 돌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직도 대다수 관객은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90년 이후 출시된 작품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발표됐지만 번번히 관객들을 실망시키며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불신감만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또 마케팅 비용만 수백억원을 투여하는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들과 상대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관련, 씨즈엔터테인먼트의 조성원 사장은 “국산 영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투자, 시스템 등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기반 여건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며 “이번 겨울 출시되는 작품들은 달라진 국산 애니메이션을 관객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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