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정통부의 IT 토양론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나라는 새로운 국면의 정보통신혁명으로 접어들고 있다. 불과 2∼3년 사이에 국가정보 인프라의 기축이 음성과 문자 중심의 협대역 가입자망에서 실시간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광대역 가입자망으로 이동하면서 대역 폭발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대역폭발혁명은 유선에서 모바일로, 그리고 정액제 상시접속 환경이라는 통신요금의 가격파괴혁명도 함께 수반하는 복합동시혁명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IT네트워크에 의한 대변혁(Netformation)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인터넷의 세계는 다이얼 업이라는 소형 발동선을 타고 정보의 바다를 탐험하던 ‘가상의 섬 개척단계’에서 ADSL 등과 같은 대형 쾌속선을 타고 쾌적하게 왕래하는 ‘전자 신대륙 개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고도정보통신 네트워크 국가의 조기구축을 21세기 국가 재창조 프로젝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IT혁명의 신시대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통부는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한국형 신정보화 전략개념으로 IT토양론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먼저 IT토양론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9월 말 현재 전국민의 60%인 2800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또 전가구의 약 절반인 700만세대가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하고 있는 한국의 초고속 정보화 환경은 세계에서 가장 잘 경지정리가 잘된 IT 옥토에 비유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IT 옥토는 ITU·OECD의 공식문서에서도 한국은 첨단 인프라 관점뿐만 아니라 인터넷 뱅킹 이용자가 9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실생활 활용빈도면, 인터넷 접속시간면 등에서도 여타 국가의 벤치마킹이 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IT토양론이란 이처럼 잘 배양된 전자적 옥토에 건강하게 착근할 수 있는 씨앗을 골라 뿌려, 80년대의 TDX와 4MD램, 90년대의 CDMA의 뒤를 잇는 e-Korea No.1 IT특산품을 키워내자는 일종의 IT신영농법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한국산 IT토양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하는 것은 최근 우리의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및 확산전략을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한 일본 정부의 보고서는 5년 이내 세계 최고수준의 IT국가 실현이라는 e-Japan 전략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성공사례인 초고속 정보통신건물 인증제도와 신축집합주택에 초고속통신이 가능한 구내통신선로설비 설치의 강제규격 부여 등과 같은 획기적인 제도 도입이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4421만 전체 세대 중에서 37.7%가 집합주택으로 구성된 일본의 주택구조를 고려할 때 다세대 밀집형 주거형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한국의 초고속망 구축 선경험은 극히 교훈적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의 초고속 IT기술의 성과가 세계적 초일류 상품으로 그 결실을 볼지는 지금부터가 과제다. 협대역 인터넷 세계가 IT혁명의 전반전이라면 광대역 인터넷의 세계는 이젠 막 호각이 울린 후반전 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IT입국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전국민에게 보편적 1초 전자생활권을 보장하는 국가정보기반 건설과 광대역 IT신산업 연계육성, 이를 견인하는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 간의 최적 선순환 체제를 대한민국 개조전략 차원에서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우리의 국가정보화 추진틀과 국가 IT자원 동원체계는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라 작금의 정치적 현실에서 판단할 때 국가미래를 설계하는 응집력 또한 너무 취약하다.

 단군 이래 최초로 세계 문명사적 혁명의 선도국가의 위상을 지키면서 e-Korea 건설을 주도해야 하는 정통부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대한민국의 토양에 맞는 e비닐하우스 경영수법과 세계틈새시장을 공략하는 IT유기농법의 개발 등을 통하여 초일류 IT농산물을 생산할 때 비로소 정통부의 IT토양론은 정보혁명 신시대의 국가발전이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wgha@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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