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이크로소프트는 라스베이거스의 추계컴덱스에서 자사 부스에 X박스를 윈도XP와 함께 전면에 전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출시로 세계 비디오게임기 시장질서가 새롭게 짜여진다. 지금까지 닌텐도―소니를 축으로 하는 일본세의 독주체제가 무너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다크호스로 하는 미·일 양국의 새로운 3파전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로서의 인지도, 막강한 자금력을 감안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출은 소니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최대 비디오게임 시장인 미국의 업체라는 이점이 있고, PC용이지만 게임 소프트웨어의 개발력과 노하우도 풍부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비디오게임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주요 개발업체들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X박스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X박스 출시는 새로운 제품, 특히나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성능 신제품 등장이라는 점에서 비디오게임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실시 된다.
사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필두로 X박스에 이르기까지 최근 2년간 등장한 128비트의 고성능 게임기는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단순한 오락기가 아니다.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DVD 재생이 가능하고 하드디스크 등을 탑재하고 있어 PC처럼 인터넷 단말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는 18일에는 닌텐도의 게임큐브도 미국시장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PS2―X박스―게임큐브의 3자대결이 본격화하면서 크리스마스·연말의 연중 최대 성수기를 목적에 둔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디오게임 시장은 주기적으로 올해 호황기에 들어서 있다. 시장조사업체나 분석가 사이에서도 미국 경기침체와 테러사태 여파에 따른 소비 심리의 위축을 감안하더라도 두자릿수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기라드클라우어&매티슨의 경우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이 올해 81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영화시장(80억달러 추정)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NPD판월드는 게임과 액세서리를 포함한 전체 비디게임 시장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25∼3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업계 판도변화=대부분의 시장분석가들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독주체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어 PS2도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을 꼽는다. 지난해 3월 일본시장에서 데뷔한 PS2는 전세계적으로 2000만대 이상이 팔렸고,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1000만대가 판매됐다.
하드웨어의 성패를 결정하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도 PS로 몰려 있다. 보다 많은 타이틀을 팔기 위해 보급이 많이 된 하드웨어 진영에 가담하는 것이다. 이런 공생관계는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다른 업체의 신규 진출을 어렵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보다는 오히려 비디오게임을 자체 제작하는 닌텐도의 호조가 예상된다.
또 X박스가 다른 경쟁제품보다도 고성능이라는 점이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플랫폼이 복잡할수록 게임개발이 어렵고 제작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막강한 인지도와 자금력, 그리고 자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점이 시장진입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향=X박스의 미국출시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당분간은 한국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에 이어 일본과 유럽에도 내년 2월과 3월 각각 내놓을 예정이지만 한국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X박스의 한국출시가 적어도 내년 6월 이후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X박스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러나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핫이슈다. 현재 상당수의 게임개발사들은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X박스와 소니의 PS2 가운데 어느쪽 진영에 참여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번에 X박스가 미국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 게임개발사들의 상당수가 X박스용 타이틀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X박스가 홈그라운드 격인 미국에서도 소니의 PS2에 밀려 참패한다면 게임개발사들은 그동안 추진해온 X박스용 게임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되는 한국의 비디오콘솔 게임시장은 소니의 PS2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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