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불안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특히 IT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생산·유통·고객관리 등의 부문에서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해 경상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기술투자 증가는 상대적으로 둔하게 움직이는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거시적으로는 단단히 얼어붙은 경제불안 심리를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과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공동으로 제공하는 ‘EC커런트’ 이번주 주제는 ‘불확실한 경제여건에서 기업의 생존전략’에 대한 내용이다. 가트너는 “핵심기술 투자를 계속하되 전술적 측면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업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IT부문을 포함한 각종 예산을 줄이고, 개발투자비를 삭감하며, 관리비를 더욱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조치가 현명하지 않은 대응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술통합 수준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본 배치방식에 대해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비용 절감은 생산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업들은 IT투자의 기본목표가 생산성을 높이는데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컨대 1달러를 IT에 투자했을 때 운영비용을 1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수입의 증가로 이어진다.
성장중인 경제에서는 IT투자로 인해 몇배에 달하는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변화가 심한 경제여건에서는 투자수익 기대치를 낮추고 회수 소요기간을 12개월 미만으로 짧게 잡아야 한다.
이 경우 기업들에게 있어 투자할 부문과 비용을 줄여야 할 부문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 과제는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먼저 ‘IT 인프라 지출을 절감할 수 있는 부문은 어디이며, 투자를 지속시켜야 할 부문은 어디인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술투자를 통해 기업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부문은 어디인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침체의 책임은 소비자보다는 기업에 있다. 대부분의 경제침체와 후퇴는 다양한 종류의 내구성 및 비내구성 제품·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감소로 인해 발생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 역시 IT 상품·서비스에 대한 기업 자본지출이 현재와 같은 경제불황을 야기시킨 것이었다.
최근의 경기침체에는 몇가지 원인이 더 있다. 무엇보다 닷컴 경제의 거품이 빠진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지난 98∼99년 닷컴에 대한 열광은 서버·라우터 및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창출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주문을 했던 기업들 중 대다수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지 못했다.
이같은 닷컴 기업들의 추락은 인터넷 관련 서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를 상당히 감소시켰으며 해당 기술 공급업체들에 막대한 재고부담을 안겨주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전통적 형태의 기업들이 최근 복합기업으로 변신하고 있고 핵심 비즈니스 분야로 인터넷에 계속 투자하고 있어 수요는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당시 닷컴의 앞날을 예언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제적 팽창 속에서 막대한 자본을 e비즈니스와 고객관계관리(CRM) 사업으로 대변되는 ‘신경제’ 수입 흐름 개선 기술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또 협업 상거래와 공급망 관리 등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이는 직접적인 원자재와 서비스 공급망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고객과 시장의 대응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사업을 통한 수입 증가와 이익은 새로운 프로젝트와 관련된 감가상각비와 운영비용 지출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술분야가 충분한 기민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나 지난해 중반처럼 경제가 주춤거리는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 기업들은 비기술 시장 부문에서 다음과 같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보다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예측 사이클 기간을 계속 짧게 유지하며 △예측 사이클을 공급업체에 연계시키고 △공급망에 대한 정보전달 속도를 높여가야 한다.
특히 일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최전방’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림1참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은 민첩한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거래 파트너들과의 내부 및 외부 협업을 개선하여 기업의 민첩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들은 실시간 보고를 위한 기술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많은 기업들이 부지불식간에 운용하는 ‘지저분한 데이터’에서 볼 수 있다. 지저분한 데이터란 시스템에 저장되어 시기적 민감성, 독특한 식별자 액세스 등을 위해 합리화되지 않은 상태로 운용되는 데이터. 지저분한 데이터는 경영을 위한 핵심 성과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글로벌 정보시스템을 링크시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특정지역, 제품군 또는 ‘보고체계’ 기능으로부터의 보고가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다른 보고계통으로부터 전달된 데이터와 해당 데이터를 상호비교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그 결과 부정확하거나 시기를 놓친 예측이 발생하게 된다.
이 쓸모없는 데이터를 제거할 수 있는 데이터 클렌징 같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조차도 별로 없다.
기업들은 특히 경기침체를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경기불황을 제품이나 고객 서비스 품질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경쟁업체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존 고객층이 얇아진다면 더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림2참조
고객확보는 고객대응 속도를 높이는 기술(정시납품, 정확한 결제, 고객서비스 개선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또 경영예산이 넉넉치 못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다른 지출의 삭감 노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미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및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투자를 유지 또는 증가시켜야 한다. 제품 또는 서비스 수행, 납품 및 지원과 관련된 개발 및 관리에 대한 투자를 모두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시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고 및 공급자 관리, 공급자 예측 등을 통해 납품 소요시간을 줄이고 정시납품 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콜센터 개선, 고객서비스 데이터베이스, 인터넷 기반 고객서비스 등 고객서비스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셀프서비스, 채널통신 및 주문처리를 위한 인터넷 이용을 높이는 등 고객 및 판매 채널에 대한 통신속도를 개선해야 한다.
넷째, 영업자동화를 개선해 영업수익을 높여야 하고 마지막으로 고객친화 프로그램, 전자우편, DM발송 등을 통한 직접 고객접촉을 위한 기술투자를 지속 또는 증대시켜 동일 고객에 대한 추가 판매, 판매량 확대 기회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IT 지출에 앞서 기업들은 어떤 점을 파악해야 할까.
우선 단기적 수익개선은 단기적 성공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12개월 이내에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전술 개발 및 유지 프로젝트를 중시해야 한다. 이는 주로 전체 애플리케이션 교체보다는 기존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에 대한 개선작업을 의미한다.
둘째, 불안정한 세계 경제로 인해 수익창출이 힘들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기술에 의해 주도되는 생산성 개선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IT투자는 GDP의 기업 자본투자 부문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과 관광에서의 지출 감소,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소비지출을 줄여 기업 자본지출의 증가세를 상쇄시킬 수 있다. 이 점은 마이너스 성장을 유발시켜 IT를 제외한 부문에서의 수요를 줄여 예산삭감이 부득이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같은 전제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기업들 앞에는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펼쳐질 전망이다.
첫째,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공급망이 불안해진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품 재고를 늘리게 될 것이다. 테러리즘의 위협은 대체운송 방안을 마련하고 공급부족에 대처해야 함을 의미한다. 공급업체로부터 유통망까지의 비즈니스 서비스 혼란은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다수의 공급업체와 다수의 유통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협업 및 기술주도형 전략을 검토하게 유도할 것이다.
둘째, 인력의 이동이 다시 어려워짐에 따라 여행과 대면 접촉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가 제한될 것이다.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 이후 현재 비즈니스와 여가활동을 위한 여행은 계속 저조한 상태다. 여행의 어려움은 한곳에 머무르려는 심리와 결합되어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대면접촉을 통한 비즈니스 거래 능력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셋째, 성공할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쳐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에 투자할 것이다. 기업들은 재고를 늘리거나 원·부자재 공급 및 유통 채널을 복수화해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줄여야 한다. 전자는 현금부족을 유발할 것이고 후자는 공급망과 유통망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자본투자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방안을 이용할 경우 기동성 부족과 유통 리스크가 줄어들면 몇몇 전략적 거래 파트너와 저렴한 비용의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들의 대응방법을 생각해보자.
‘새로운’이라는 용어보다 ‘보수적인’이라는 용어가 더 힘을 얻고 있는 현 경제상황에서 기업들은 장황한 사업들을 줄이고 전술적 목표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실질적인 수입증대와 비용절감을 위한 분야가 투자목표가 되어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군과 신규 유통채널에 대한 다년간에 걸친 사업과 기술투자가 삭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경영자들은 핵심 기술인프라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 일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최전방’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은 민첩한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거래 파트너들과의 광범위한 기술주도적 데이터 공유를 통해 내부 및 외부 협업을 개선하여야 한다.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둘째, 상대적으로 둔하게 움직이는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수입개선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기불황을 제품이나 고객서비스 품질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경쟁업체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거시적 차원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12개월 안에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전술적 차원의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리=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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