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마다 중국에 대한 특집기사가 넘치고 있다. 어느 기업 총수의 말대로 이제 중국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필자도 얼마 전 ‘중국의 창업보육(인큐베이팅) 국제화 전략 세미나’에 참가할 기회가 있어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
중국 각 성의 인큐베이팅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듣고 느낀 중국의 변화는 그간 무의식중에 중국에 대해 지니고 있던 얄팍한 ‘오만’을 산산히 깨뜨려 버렸다.
문득 조선 정조시대 실학파의 거성 연암 박지원과 불후의 기행집 ‘열하일기(熱河日記)’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18세기 후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철학을 지닌 양반 박지원은 청나라 고종의 칠순 잔치를 경축하러 떠나는 사신 행렬에 몸을 맡긴다. 이는 당시 세계 최대의 강대국으로 문물의 번성과 민생의 부를 쌓은 중국에 대한 탐구심 때문이었다고 그의 남겨진 저서가 확인해주고 있다.
필자가 둘러본 상하이는 18세기 지식인 연암이 본 베이징과 열하의 감동이 그러했으리라 상상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고층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상하이 시가지의 역동성과 미래도시의 면모를 짐작하게 만드는 푸둥지구의 화려함에 압도된 감동과 인상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미나에서 만난 중국 각지의 인큐베이팅 책임자들이 보여준 면면에서 사회주의의 획일성과 무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잘 무장된 국제화 감각과 영어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인큐베이팅 업무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요구하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닦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를 찾고 있는 생기 발랄한 비즈니스맨들이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IT 분야의 벤처산업을 육성하는 선두주자로 인큐베이터(Innovation center)를 성마다 설치하기 시작한 지 이미 10년이 넘으며 그간 기울인 노력과 성과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미국의 실리콘밸리 혹은 세계적인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중국인 과학기술자들과 직접 접촉해 중국의 미래와 비전에 참여해줄 것을 설득했다. 90년대 들어 중국 출신의 유능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연어처럼 회귀함으로써 오늘의 ‘차이나 쇼크’를 있게 했다.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귀국한 과학기술자들은 1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둘째,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인큐베이팅 기관들은 초기 벤처기업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했다. 사무공간과 연구시설 구축은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이 입주 업체들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강구했다. 유망 벤처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빌딩만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놀랍다.
셋째, 국제적인 벤처캐피털을 유치해야 함을 깨닫고 이 부분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미국·홍콩·일본·캐나다·대만 등지의 중견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초기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 같은 요인에 힘입어 지금도 상하이는 무럭무럭 벤처의 꿈나무를 키워가고 있다.
200년 전 조선의 작은 거인이 살펴본 대륙의 문물과 기상을 오늘 다시 만난 듯한 경이감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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