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기 회복조짐 보인다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이 가늠키 어려운 침체의 늪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비관론 일색이거나 단순한 회복에 대한 기대 정도에 그쳤던 ‘IT회복론’이 최근들어 반도체 현물가격의 상승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수출증가세, 전자부품의 재고 축소 등 가시적인 신호를 바탕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연말의 계절적 특수와 맞물려 이같은 하드웨어 기기 중심으로 IT경기 회복에 대한 징후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미국 테러사건 이후 올해는 연말 특수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을 내놓았던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에는 IT경기 회복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선 반도체 수출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조금씩 개선되면서 9월에는 전월보다 10%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 경기하락기에 발생하던 재고누적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지난 2분기말 평균 6∼10주이던 D램업종의 재고는 최근 4∼8주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우증권이 분석한 D램 수요증가율은 지난 2분기중에 전년 동기에 비해 20%대에 그쳤으나 4분기들어 100%대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또 이러한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했던 D램 현물가격도 최근 4일 연속(거래일 기준) 상승세를 보이며 128MD램 가격 기준으로 93센트에서 이날 현재 1달러37센트까지 올랐다.

 PC생산도 활기를 나타내 삼보컴퓨터의 경우 HP에 납품하는 PC수량은 2분기중에는 월 10만대 미만이었으나 최근들어선 30만대 수준으로까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TFT LCD는 지난 5월을 바닥으로 꾸준한 수출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하락하던 TFT LCD 가격도 이달들어 처음으로 상승했다. 지난달에 200달러대였던 15.1인치 TFT LCD 가격은 최근 205∼215달러대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부품 및 소재업체들도 활력을 찾아 드라이버IC·백라이트유닛 등 핵심부품 생산라인이 모처럼 풀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부품산업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휴대폰·가전·컴퓨터용 부품을 중심으로 신규주문이 늘고 있다. 특히 인쇄회로기판(PCB)은 지난 9월부터 신규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어 ‘불황의 계곡’을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덕전자·삼성전기 등은 4분기부터는 실적에서도 뚜렷한 회복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윈도XP 출시에다 휴대폰·디지털가전제품 등 첨단 전자품의 수출과 내수가 증가하고 있어 내년 봄부터는 국내 전자부품 경기가 완연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할 때 경기에 가장 민감한 분야로 알려진 증권시장에서도 IT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움직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IT기업의 주가는 미 테러 이전의 수준을 넘어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5개월여 만에 20만원대에 올라섰으며 하이닉스반도체와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 업체와 주성엔지니어링·아토·코삼·아큐반도체기술 등 코스닥시장의 반도체 재료 및 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침묵했던 애널리스트들도 최근에는 각종 설명회에서 IT경기 회복을 전제로 이제는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10번에 걸친 미국의 금리인하와 감세정책 등으로 IT경기회복에 대한 분위기는 성숙해있다”며 “IT경기가 4분기 계절적 특수와 맞물려 큰 추세상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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