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e북]가족

 

 ‘가족’

 크리스티나 하디먼트 지음, 서현정 옮김, 에버북닷컴 서비스, 2700원.

 

 최근 TV 뉴스와 신문 사회면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고 있는 엽기적인 패륜 행각들을 보면 ‘가족의 붕괴’가 이제 시대의 불가피한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몇 년 전 명문대생의 부모 토막살해 사건은 그 극단적인 한 예에 불과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끈끈한 혈연관계로 맺어져왔던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이제 해체될 운명에 처해 있다.

 e북으로 출간된 ‘가족’은 이러한 비관론을 단호하게 일축한 책이다. 저자는 ‘가족의 붕괴’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게 된 데는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매스미디어는 물론 사회학자들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보편적 가족 모델을 세워놓고 이에 어긋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매스미디어들이 가족의 붕괴를 말해주는 사례로 소개하는 통계수치의 이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가령 이혼율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에 비례해 새 가정을 꾸리는 이혼남녀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 후에도 공동 양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가능하면 이혼을 자제하고 육아 및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젊은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사회환경에 따라 새롭게 재편돼가는 실질적인 ‘가족관계’다. 의무가 아닌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뤄지는 느슨한 가족 형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권위주의적 가부장 질서의 폐해에 시달려온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저자는 동거는 물론, 친구를 포함하는 ‘선택적 가족’, 친지 및 이혼한 전 배우자의 가족을 포함하는 ‘수정확대 가족’ 등의 개념을 통해 가족 이기주의를 벗어나 확장 발전된 미래의 가족상을 그려내고 있다.

 서구 사회의 사례에 바탕을 둔 이 책이 우리에게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게 하는 것은 사회학자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인 저자의 체험이 적절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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