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의 정보통신 문화산책>(27)오마사 빈 라덴과 회색동굴(상)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에 의해 붕괴되고 그 건물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한 사건이 발행한지 한 달이 넘었다.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이유도 모른 채 숨져있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한다.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는 순간부터 전세계의 시선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탈레반 정권,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에게 쏠렸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진행과정에서도 그들에 대한 관심도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정치도, 경제도, 전쟁도 그들과 연계될 수밖에 없었고 특히 미국의 민간인들에게는 일상 생활에서도 그들의 영향권 속으로 좀더 깊숙하게 빠져들고 말았다. 2차 테러와 생화학 테러에 대한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으며, 탄저균에 대한 공포 이외에도 자동차가 주변에 몇 시간만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도 폭탄테러 차량으로 의심하여 신고하고 수색하고 피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거주하고 있다는 지하동굴이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대단한 일을 저지른 빈 라덴에 대한 관심은 일명 회색동굴이라고 불리는 그 지하동굴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과 연계되어 신비로움을 주고, 그 신비로움이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회색동굴은 빈 라덴이 이용하고 있다는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지하동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현재 빈 라덴이 숨어있다고 여겨지는 아프가니스탄의 지하동굴은 자연동굴과 옛날에 만들어진 관계시설인 지하수로가 있다. 지형적인 특성상 자연동굴이 많고, 기원전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페르시아 제국 당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파 놓은 지하 관계수로가 마치 거미줄처럼 뚫어져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등 주변국의 지하수로는 페르세폴리스, 그 웅장한 건축물을 만들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아들이던 제국 페르시아가 정착 농업을 위한 용수확보를 위해 파 놓은 지하 관계시설이다. 당시 국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에 따라 유목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페르시아 제국은 정착농업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고 농업용수 확보에 노력하였고, 그 방안의 하나로 빗물을 받아 땅속에 저장하여 이용할 수 있는 관개수로를 만들었다. 기원 전의 일이다. 그 관계수로를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은 자연동굴과 연결하여 요새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은 최후 통첩을 한 후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면적인 폭격에 들어갔다. 다양한 항공모함과 전투기, 폭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그 중 하나, 2톤이 넘는 거대한 폭탄으로 지하 동굴까지 파고 들어가 동굴 속 공기를 만나면 폭발하는 무기도 대량으로 투하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동굴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공격이다. 미국은 지금 보이지 않는 적들을 공격하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은 주적이 명확하지 드러나지 않은 전쟁이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이 초토화된다고 해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미국에 종속된 국가가 세워진다고 해도, 빈 라덴이 그 회색동굴 속에서 폭탄에 맞아 사망하거나 용감한 미국의 특수부대 요원에게 체포된다고 해도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회색동굴은 이미 전세계 곳곳에 뚫려있고,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은 탁월한 무기를 가지고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장대로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 주체라고 했을 때, 결과적으로 빈 라덴의 작전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아닌 개인 조직의 작전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최강 미국의 핵심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붕괴하고 워싱턴의 펜타곤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행위의 정당성을 떠나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것은 빈 라덴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폭격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다. 결국 세계 최강 미국은 빈 라덴 개인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빈 라덴측의 작전은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빈 라덴이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동원하고 활용하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직과 조직원들간 통신수단은 무엇이었을까. 지하 수 십미터 깊이의 동굴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조직과 재산을 관리하는 빈 라덴이 활용하는 통신은 어떤 것이었을까.

 뉴욕에서 테러가 시작된 지난 9월 11일 오전. 한창 미국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워싱턴의 백악관 경호요원들은 휴대전화 때문에 바짝 긴장했다. 연설 도중에 휴대전화 벨소리가 터지면 유난히 짜증을 내는 부시 대통령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안전 때문이었다.

 당일 오전 9시 5분 플로리다 사라소타에 있던 부시 대통령이 두 번째 테러 사실을 전해 듣고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자 경호원들은 동행한 백악관 기자단에 휴대폰 전원을 모두 꺼 달라고 요구했다. 혹시나 휴대폰을 통해 이동 경로가 테러리스트에게 포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백악관 경호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이 첨단 통신 장비를 갖춘 디지털 테러리스트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미 빈 라덴은 자신의 업무수행과 조직관리뿐만이 아니라 상대, 특히 미국의 백악관에서 조차 자신들의 위치가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할 만큼 디지털 테러리스트로 공포를 주고 있었다.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은 표적이 되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스포츠 사이트나 포르노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e지하드’를 개척하여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 라덴은 인터넷을 통하여 회색동굴 속에서 조직을 관리하고 테러를 명령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수억달러 재산을 노트북으로 관리하고, 암호를 활용한 위성통신을 이용하여 조직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가장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된 인터넷을 테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인터넷은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이 자신들의 노출을 최소화시키는 통신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뉴욕 참사 당시 호폭주가 발생하여 일반전화와 휴대전화의 통화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하나의 회선에 여러개의 통신을 수행할 수 있는 인터넷 통신과 인터넷 전화가 모든 회선이 통화중 상태에 이른 일반전화를 대신하여 활용되었고, 특히 어느 곳에서나 확인해 볼 수 있는 메일 계정과 UMS 등은 공간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여기서 회색동굴 속의 빈 라덴이 자신들의 활동과 조직관리차원이 아닌, 정보통신과 인터넷에 공격적인 테러를 함께 수행했다면 지금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참사 당시 혼란을 틈타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많은 금융기관의 데이터와 그 가까이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의 데이터에 테러를 가했다면 지금 그들이 이루어놓은 충격의 수 십 배에 달하는 충격을 주었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를 말 그대로 한방에 무너뜨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폭격에 대응하여 새로운 테러를 부르짖는 그들에 의해 세계 역사가 회색동굴 속으로 함몰되지 않기를 바라며, 테러 당시 뉴욕의 전화사정과 정보통신 시설에 대한 피해 사항, 만일을 가정한 가상 테러에 대한 사항은 다음 호에 거론한다.

 

 

 작가/한국통신문화재단(한국통신 과학관장)

 

 

 <고은미부장 emk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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