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이 국내 투자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업체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루슨트·노텔 등 세계 굴지의 네트워크장비업체는 물론 최근 국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의 대부분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투자를 병행, 사업보다는 이익실현을 위한 장비판매에만 급급한 실정이어서 이들 업체의 국내 진출이 산업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9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시장에서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한국 시장 재투자에 인색해 자사 장비를 전시하고 시연할 수 있는 세일즈랩을 지난해 말에야 설립하는 등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매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세일즈에만 몰두해온 시스코코리아는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부품을 어느 정도 구매해가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한국 지사가 오히려 더 국내 산업 발전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7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루슨트는 80년 LG와 합작으로 금성정보통신을 설립, 94년까지 합작관계를 유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2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 투자한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서는 공장을 설립하거나 조인트벤처 등을 만든 사례가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노텔도 최근 국내 대학에 장비를 기증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투자 실적이 없으며 지난해 10월 출범한 어바이어는 지난 1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70% 성장한데다 내년에도 5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대하면서도 아시아 지역의 경우만 해도 싱가포르·일본·중국·호주·홍콩 등 5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비데모룸조차 갖추지 않은 채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1분기 중 국내에 장비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인 어바이어는 그동안 한국을 주요 투자대상국의 하나라고 강조해왔으나 돈 피터슨 사장은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는 사업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 어바이어가 말하는 주요 투자대상국이라는 의미에 대해 혼선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시에나·ONI시스템스·ECI·리버스톤·컴웍스·맥데이터·라드웨어 등 최근 한국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장비 업체들도 대부분 적정수준의 기술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고작해야 1∼3명 안팎의 인력으로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고 장비판매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진출한 후발 네트워크장비 업체는 물론 선발업체들도 한국시장에서 벌어가는 매출을 감안할 때 국내 산업발전 및 고객이익증대를 위한 투자가 지나치게 인색한 편”이라며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주요 장비 구매업체들이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국내투자를 확대하고 기술이전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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