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 보복공격으로 가장 인기를 끈 방송은 CNN이었다. CNN은 걸프전 이후 인기가 시들해 지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뉴욕 비행기 테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함으로써 다시 인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CNN보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연일 특종을 터뜨리고 있는 이 방송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녹화 인터뷰를 한데 이어 백악관측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견 용의를 밝히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출범 4년여 만에 아랍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방송으로 부상한 알자지라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계기로 서방권에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셈이다.
아랍의 작은 방송사가 이처럼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등 아랍국가들이 서방국가의 방송에는 거부감을 나타낸 반면 아랍인이 만든 알자지라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11월 카타르의 도하에서 첫 전파를 발사한 알자지라 방송은 그동안 아랍권에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침없는 보도로 중동에 ‘방송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알자지라는 미국의 CNN처럼 세계 곳곳의 뉴스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데다 기자들의 대다수가 서방 언론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폐쇄적인 중동지역에선 거의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성안테나가 많이 설치돼 있는 중동의 부국들에 이 방송이 파고 들면서 중동의 지식층들은 이 방송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중동 일부 도시의 경우 알자지라의 시청률이 40%를 넘는다는 통계까지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그동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의 주장을 외부세계로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제는 서방세계의 지도자들이 이 방송을 통해 이슬람권에 입장을 밝히는 새로운 매체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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