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제휴카드사업 전략, 치열한 접전

 주요 그룹사들이 ‘카드’에 핵심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독보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신용카드업을 발판으로 최근 확산추세에 있는 제휴카드를 날개로 삼아 그룹 차원의 전방위 전략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의 카드사업이란 신용카드만이 아니다. 신용카드사들은 대량 발급에만 급급했던 ‘매스마케팅’ 전략을 고객별 차별화 서비스로 선회한 지 오래고, 고객충성도가 생명인 정유·통신·유통 등 주변업종도 로열티 마케팅의 핵심수단으로 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고객의 시선을 끌 만한 각종 포인트를 통합하거나 연계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카드사업에 개별 기업 수준을 넘어 그룹 차원의 전략이 구사되는 배경이다. 특히 신용카드·정유·통신·유통 등 카드 관계 업종을 전부, 혹은 다수 거느린 SK·LG·현대차·삼성 등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계열사간에도 주도권을 놓고 견제와 협력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은 또한 스마트카드라는 기술대안이 대중화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덕분이다.

 ◇식구끼리 묶어라=그룹의 주력업종을 엮어 각종 포인트를 통합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커다란 추세다. 아직 신용카드업은 없지만 SK그룹이 가장 적극적. SK텔레콤과 SK(주)가 5개 카드사들과 손잡고 각각 ‘TTL·리더스’ ‘OK캐쉬백’을 연계해 ‘모네타제휴카드’ 사업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쏟고 있다.

 LG는 연초 LG카드를 주축으로 그룹 전 계열사의 마일리지서비스를 결합하는 ‘마이LG포인트’ 사업을 시도한 바 있다. 신용카드·통신·정유·유통 등 매력적인 소매업종을 모두 거느린 잠재력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 정유·전자 등 일부 계열사와는 가맹점 계약 형태로 로열티를 공유하고 있다. 삼성은 카드와 에스원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 30만 직원카드를 발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에스원의 고객사 200만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휴카드 발급을 추진중이다.

 다이너스카드를 인수, 최근 현대카드로 사명을 변경시킨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종합카드에 일단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할부금융에서 정비·폐차관리까지 자동차 라이프사이클을 모두 포함시키기로 한 현대차는 이미 그룹내 특별전담팀을 구성해 카드사업을 준비중이다. 초기 발급형태도 기존 마그네틱카드가 아닌 스마트카드를 채택해 ‘멀티애플리케이션’에 가장 애착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제휴카드 등을 통해 그룹내 서비스를 통합 연계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라며 “비단 그룹내에만 제한될 필요는 없지만 협력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룹별 색깔=SK의 카드사업 주도권은 사실상 SK(주)에서 SK텔레콤으로 넘어간 상태다. SK캐피탈 설립멤버 구성도 SK텔레콤 출신들이었고 카드업 진출을 보류한 지금도 SK텔레콤으로 복귀, 신용카드사업을 여전히 모색중이다. 하지만 OK캐쉬백을 내걸고 제휴카드 사업을 상당부분 진척시킨 SK(주)는 그룹의 정책에 여전히 불만이 높은 게 사실. 모네타 제휴카드가 성공적으로 안착된다 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통신이 대접받는 SK와 달리 LG는 LG텔레콤이 소외받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수위를 다투는 LG카드는 시장선두 업체라면 그룹 관계없이 제휴에 적극적이고, 그룹 그늘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 입장이다. LG정유도 이달중 신용카드사들과 손잡고 독자적인 제휴카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LG는 카드 중심의 포인트 통합계획이 무산된 이후 계열사별로 개별 행동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신용카드 사업주체인 현대캐피탈이 있지만 그룹이 직접 챙기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신용카드 솔루션으로 스마트카드를 전격 채택키로 하고 자동차용 단말기 전문 벤처기업도 내달중 설립,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계열분리된 현대백화점이나 현대정유 등 예전 식구들과의 제휴는 숙제로 남아 신용카드 사업 성패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 1위의 삼성은 삼성카드가 독자적인 제휴카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룹내 서비스 연계에는 다소 무관심한 편이다.

 ◇울타리를 벗어나라=그러나 그룹내 계열사들의 핵심역량을 묶는 것만이 제휴카드 사업의 능사는 아니다. 포인트 공유나 제휴카드의 목적이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라면 그룹내의 제한적인 자원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통신·유통·정유·신용카드 등 주력 업종을 모두 갖춘 곳도 LG그룹 정도이고, 매력적인 제휴대상인 항공업도 4대 그룹 외부에 독립돼 있다.

 이에 따라 삼성·LG 등 비은행계 선두 카드사들은 일찌감치 그룹의 울타리를 넘어 시장 선두업체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추진해왔다. SK텔레콤 모네타카드에 양사가 의지를 보인 것이나, SK그룹의 신용카드업이 수면위로 떠올랐을 당시 SK(주)·SK텔레콤이 SK캐피탈에만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비자코리아 정도영 이사는 “재벌계 그룹이 국내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현상인 만큼 그룹내 로열티 통합도 필요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아니다”면서 “앞으로는 그룹·업종을 불문하고 제휴카드 서비스를 둘러싼 합종연횡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