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의 20개 가까운 계열사 가운데 정보기술(IT)이 주업종인 팔방미인이 있다. 주인공은 오토에버닷컴(대표 정순원 http://www.autoever.com).
지난해 4월 설립당시 B2B·B2C 등 자동차 e비즈니스 전문업체를 표방한 오토에버닷컴이 사업영역을 ‘무한지대’로 확장하고 있다. B2B 사업을 모회사로 넘겨주고, 신차판매 등 B2C 사업마저 좌절되면서 온오프라인 중고차 매매를 주력으로 영위해온 이 회사는 최근 e비즈니스와 IT를 아예 포괄적인 공식 사업영역으로 선포하고 나섰다.
우선 e비즈니스 영역의 경우 현재의 중고차 매매중개사업과 계열사들의 인터넷홈페이지 구축·유지·관리업무를 들 수 있다. 지금은 주업이 돼 버렸지만 중고차사업은 원래 본사에서 추진했던 신규사업이다.
설립 이후 B2B·B2C 영역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했던 오토에버닷컴의 강력한 요구로 넘어와 지금은 월 수익 2억여원의 짭짤한 매출원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e비즈니스 영역. 오토에버닷컴은 현재 미국·캐나다 현지법인들의 홈페이지도 대행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추후 전 계열사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소 동떨어진 IT 분야는 오토에버닷컴의 숨겨진 위상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오토에버닷컴이 구체적으로 밝히는 IT사업은 크게 시스템통합(SI)·시스템관리(SM)·시스템판매(SR) 등 세가지. SM·SI의 경우 그룹사쪽 물량부터 우선 맡기로 했으며, 지금도 일부는 진행중이다. SR 분야에선 IBM·HP 등 외국계 공급사와 정식 대리점 계약을 맺고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현대기아차 계열사들의 일부 시스템 발주물량에 대해 주계약자로 전면에 나선 사례도 있다. 광범위한 사업 분야 중 가장 큰 비중도 SR가 차지한다. 오토에버닷컴은 올 예상매출 260억원 중 SR 매출이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외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토에버의 이같은 활약상(?)은 다음달 현대정보기술의 자동차 아웃소싱 인력을 흡수, 본격적인 진용을 갖추면서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70명에 불과한 인력도 최소 200명 안팎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토에버닷컴의 이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백화점식 사업영역의 연계효과와 이에 따른 기업 ‘정체성’은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의 수익기반을 사실상 모회사와 계열사들에 고스란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가운 시선의 초점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상무에게 쏠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4대 그룹인 현대차가 계열사 자립경영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오토에버닷컴의 행보에 주변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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