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 종주국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자.
최근 국내 MP3플레이어 전문업체들이 자가 브랜드 수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은 이제는 기능이나 기술, 디자인 등 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정면승부를 통해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대기업들은 사업초기부터 자체 브랜드 사업을 펼쳐왔으나 중소업체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 미비로 해외수출시 자체 브랜드 사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은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올해 350만대(7억1000만달러), 2002년 583만대(12억2000만달러), 2003년 899만대(19억3000만달러), 2004년 1211만대(25억5000만달러), 2005년 1571만대(32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 한국은 전체 출하량의 40%를 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세계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실질적인 주역이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생산량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얼굴없는 수출을 해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미국의 소닉블루가 ‘리오’라는 브랜드로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자체 개발이나 자체 생산능력이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자체 브랜드가 갖는 의미를 대변해 준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마케팅을 제대로 펼친다면 파워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 본격화 배경과 의미=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브랜드 마케팅 본격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의 디지털가전분야 중 세계시장에서 이만한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MP3CD플레이어는 심지어 50%를 넘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디지털 세트톱박스의 경우도 전세계 생산량의 5%에 못미치며 기술력면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 반도체의 경우도 20%가 안된다.
MP3업체들이 브랜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바탕에는 사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개발과 디자인까지 자체적으로 완성해 수출한다. 브랜드만 해외브랜드를 차용하는 것뿐이다.
더구나 해외 주요 가전업체 대부분은 MP3플레이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데다 MP3플레이어에만 전력을 집중하지 못해 기능이나 디자인면에서 획기적인 신제품을 적시에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MP3CD플레이어의 경우 소닉블루조차 국내 업체 제품을 그대로 받아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도 수개월째 관련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필립스도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쳐 재고처리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마케팅의 걸림돌과 대책=중소업체들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특히 개발속도나 아이디어면에서 탁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품의 완성도와 애프터서비스(AS)문제에서는 아직 수준미달이라는 평가다. 제품간의 부품표준화와 AS사례에 대한 DB구축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제품의 부실로 인해 어렵게 얻은 시장진출기회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PIC팀의 허정 부장은 “자체 조사한 바로는 MP3플레이어와 같이 새로운 콘셉트의 디지털가전은 브랜드보다 제품의 성능과 가격 및 AS가 판매에 더 크게 작용한다”면서 “중소업체들이 자체 브랜드에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힘쓰기보다 제품의 안정성 확보에 더 큰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OEM에 치중하면서 판매를 해외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탓에 유통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해외시장에 직접 발딛고 있지 않은 탓에 시장을 오판할 여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자체 브랜드 사업을 무조건적인 홀로서기로 인식하기보다는 국내 대기업의 해외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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