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 폐지 또 미뤄지나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망의 효율적 구축 및 중복·과잉투자 방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 개선방안이 산업자원부 및 건설교통부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가통신설비 설치자의 여유설비 임대제도 개선방안을 입법예고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및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다음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부처인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등은 국가 여유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규개위도 지난달 두차례 회의에서 이 안건을 보류시킴으로써 정통부가 입법예고한 자가통신설비제도 개선방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도개선 추진배경=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란 통신서비스사업권이 없는 일반기업이 통신망을 자체 용도로 구축한 뒤 여유회선을 기간통신사업자나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산자부 소속인 한국전력과 건교부 소속인 한국도로공사 등은 이 제도를 활용해 99년 기간사업자 대상 회선설비 임대시장의 25%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으며 파워콤 설립 이후인 지난해부터는 4, 5% 정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등 공기업들은 현재 자가통신설비의 일부분만을 자체 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97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망설비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를 통해 통신서비스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공기업이 독점적 업무영역에서 취득한 이득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지는 않고 신규통신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국내통신 시장의 중복·과잉 투자를 이끌며 통신서비스 시장의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정통부 입장=정통부는 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를 개선, 정보통신망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하도록 해 통신시장의 공정경쟁을 유도하며 자가통신설비 보유자들에게는 필요한 용량만 설치토록 함으로써 중복투자를 방지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또 자가망 보유자가 여유회선 임대사업을 진행할 경우 반드시 회계가 분리된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각종 출연금, 보편적 서비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해당하는 규제를 받으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통부는 임대제도 폐지에 따른 문제 해소를 위해 이미 제공중인 설비는 협정상의 사용기간에 한해 자가통신설비 보유자의 임대사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한전과 계약을 맺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영구임대계약을 맺고 있어 현재 여유설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앞으로 자가통신설비 보유자들의 망 추가증설만 막는다면 일반업체의 기간통신사업자 역무 침해문제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건교부 입장=산자부와 건교부는 자가통신설비 보유자들의 임대사업은 단순히 여유 설비를 임대해주는 것으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역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한전 등이 자체 사업을 위해서는 신기술을 차용한 망설비 증설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남는 자산을 한국통신 등과 경쟁상대에 있는 통신사업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라며 “자가통신 설비 임대제도는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와 건교부는 자가통신설비 임대사업을 통해 초고속인터넷망 확충에 큰 기여를 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망을 임대해줌으로써 기간통신사업자간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등 긍정적 기능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망=현재 부처간의 의견차가 좁아지고 있지 않은데다 지난달 열린 규개위에서 이 안건이 보류됨으로써 정통부가 추진중인 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 개선방안의 국회 상정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정통부의 개선방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어 부처간 이견 차가 급속히 좁아지지 않는다면 자가통신설비 임대제도 개선방안은 장기 표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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