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e비즈 한데 묶나?

 21세기 SK그룹 e비즈니스를 주도할 핵심 기업은 과연 어디가 될까.

최근 SK그룹이 계열사별로 흩어져 추진되고 있는 온오프라인 e비즈니스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열사간 다툼이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SK텔레콤이 무선데이터 신규 브랜드 ‘네이트(NATE)’를 발표하면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고위 임원이 ‘네이트는 단순한 브랜드로 그치지 않고 네이트닷컴이라는 대형 포털로서 계열사들의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합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다.

이런 말이 외부로 알려지자 관계사에서는 “그것이 어찌 한 계열사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냐며 SK텔레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뭔가 진행되고 있는 ‘고위급 논의’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SK 고위 관계자는 “흩어져 있는 사업을 한 단위로 묶는 것은 지난 7월경 최 회장의 의지로 확인됐다”며 “내부 반발을 최소화시키는 조율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의 부각=SK텔레콤의 구상에 반발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단연 SK(주)다. SK(주)는 주유소라는 거점네트워크와 고객인프라를 바탕으로 OK캐쉬백닷컴이라는 온오프라인 통합마일리지 사업을 벌여왔다. 그간 OK캐쉬백사업에 대한 그룹 안팎의 평가는 그 실속을 논외로 치더라도 ‘SK그룹 e비즈니스의 간판’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올 초. OK캐쉬백닷컴 사업을 정착시킨 정만원 상무가 SK텔레콤 무선데이터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SK텔레콤이 신규사업에 본격 착수하면서다. 이에 비해 OK캐쉬백닷컴은 당초 100여개의 콘텐츠 사이트를 둔 대형 포털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포기했으며, 통합마일리지 외에 순수 인터넷사업에서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을 받는 처지였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정만원 상무가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라는 둥 ‘SK텔레콤으로 e비즈니스 무게가 실리는 것’이라는 둥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묶긴 묶어야 하는데=SK그룹의 e비즈니스는 통합마일리지 서비스, 통신제휴카드, 운전자정보서비스, 편의점 및 자동차정비 등 병설주유소 사업 등이 SK(주)·SK텔레콤·SK글로벌(에너지판매 포함) 3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 무선인터넷 및 m커머스, 보안·결제·지불 등의 사업이 SKC&C와 다수 벤처를 통해 뒷받침돼 있다.

 현상만 봐도 복잡하기 그지 없고, 통합이나 정리에 대한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점쳐져왔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가 아닐 듯 싶다. OK캐쉬백닷컴은 정유회사에서 마케팅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SK(주)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무선네트워크-주유소거점-고객’이라는 3대 인프라가 결국 그룹 e비즈니스를 이루는 핵심인데 ‘창구 단일화’는 수평적 관계에 있던 구도를 주-종의 관계로 바뀌게됨을 의미하는 만큼 해당 기업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400억원의 투자, 200여명의 인력이 포진한 사업부문 등을 고려하면 이에 따르는 반작용이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무선 통합포털을 뛰어넘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계열사간 주도권 다툼이라는 측면 외에 비즈니스 모델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네이트닷컴이 출발하면 이동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유무선통합포털 서비스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유무선통합포털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적어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재 SK텔레콤에서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만원 상무가 지난해 7월에는 OK캐쉬백사업을 진두지휘하며 “OK캐쉬백닷컴을 대형 메가 포털로 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구상에는 SK텔레콤과 같은 계열사의 무선네트워크와 다수 고객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사업은 주도권을 직접 쥐고 나가겠다는 점 외에 사업 내용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SK(주)의 반발은 바로 사업의 주도권이 SK텔레콤으로 가는 대신 나머지 계열사들의 사업이 조정된다는 의미이지 결코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게다가 고객이 접하는 최일선의 창구가 단일화된다 해서 그것이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으로 밝혀지지 않은 네이트닷컴은 이 한계를 뛰어넘는 사업을 그리고 있고, SK텔레콤이 그것을 주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SK 내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장기적으로 망 제공 사업자로 남을 것을 고려한 점을 보면, 네이트닷컴은 독립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계열사간 갈등국면은 그간 ‘인터넷 사업은 어디 한 곳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던 최태원 회장의 판단이 바뀔 시점에 이르렀고, 그만큼 SK그룹이 e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킬 때가 된 셈이다. SK(주) 관계자는 “연말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여전히 합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e비즈니스의 변신이 주목되는 때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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