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필딩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을 만든 영화사 ‘워킹타이틀’이 만든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는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만들기는 상당히 어려운 장르다. 초반부엔 코미디답게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후반부에 사랑의 진리를 알게 해주는 가슴 찡한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들은 대개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이 영화는 귀여운 비만녀(?) 브리짓 존스의 좌충우돌 코미디 끝에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잠언을 남김으로써 제법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가 됐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운드 트랙이다. 로맨틱한 상황에서 흐르는 로맨틱한 음악이야말로 영화의 또다른 승부수인 것이다.
최근 로맨틱 코미디 사운드트랙은 오리지널 스코어보다 선곡에 의존하는 추세다. 영화를 위해 잘 선곡된 곡들은 단지 음악만 들어도 그 음악이 사용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도 자연스러운 연상작용이 되도록 한 절묘한 선곡이 돋보인다.
에릭 카르멘의 히트곡 ‘All by my self’는 컨트리 싱어 제이미 오닐의 리메이크 버전인데 영화 중에서는 브리짓이 노래를 틀어놓고 신세한탄을 하듯 따라 부르는 장면에서 흐른다. 이 앨범에서는 싱글 히트곡이 두 곡이나 등장한다. 제리 할리웰이 신나게 부른 웨더 걸스의 오리지널 ‘It’s raining men’과 가브리엘르가 분위기 있게 부른 ‘Out of reach’다.
이 두 곡은 영화 장면이 삽입된 뮤직 비디오로도 사랑을 받았다. 또 숨은 진주에 해당하는 ‘Love’라는 곡도 수록돼 있다.
아직까지 신상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로지라는 신인이 독특한 보이스를 들려주는 곡이다.
‘위대한 유산’ ‘매직 스워드’ 등의 음악을 맡았던 패트릭 도일의 낭만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It’s only a diary’도 돋보인다.
그 외 아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 로비 윌리엄스가 부른 ‘Have you met miss jones?’, 샤카 칸의 디스코 ‘I’m every woman’, 셰릴 크로의 신곡 ‘Kiss the girl’,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에 빛나는 쉘비 린의 ‘Dreamsome’, 밴 모리슨의 원곡을 다이나 캐롤이 리메이크한 ‘Someone like you’ 등도 수록돼 있다.
로비 윌리엄스의 노래 외에는 모두 여성이 부른 노래다. 이 음반의 또다른 매력이랄 수 있다.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으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음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기원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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