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인터넷장비업계, 존폐기로에 섰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위성인터넷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성장이 더딘 가운데 국내 위성인터넷카드업계가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존폐기로에 몰렸다.

 일부 업체는 사업을 포기했고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쌓인 재고를 팔기 위해 국내외 시장을 두드리고 다니지만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다. 벤처펀드나 창투사로부터 투자가 끊긴 지 이미 오래다. 엔지니어들은 잇따라 회사를 옮기고 경영자들은 1, 2년 전 받은 투자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서둘러 위성방송수신기나 초고속인터넷모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A사는 투자자들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받은 후 내부에서 사업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이 회사 대표는 해외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당분간 국내에 돌아올 계획이 없다. 국내법인은 직원 대부분이 미래가 없는 회사를 떠난 채 표류하다 최근에는 인력을 일부 충원한 후 결국 위성수신기, 위성인터넷 USB박스 등으로 주력 품목을 바꿨다.

 B사 역시 사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욕보다는 자금 굴리기에 연연해 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 회사는 전문 경영인이 최근 사퇴하고 한때 100여명을 웃돌던 직원 대다수가 회사를 나갔다. 현재는 경리와 인사 부문에 십여명만이 남아 회사를 운영중이다.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까지 거느렸던 이 회사는 위성수신기 한 품목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정리했다. 위성수신기도 OEM방식으로 생산,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B사는 월급이 몇달째 밀린 직원들이 노동부에 회사를 고발하고 최근에는 전체 14명 직원 중 5명이 함께 퇴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증권가에는 모 위성인터넷카드업체가 수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 자금을 조달했으나 3개월 후 다시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선인터넷환경이 탄탄한 국내에서는 더이상 위성인터넷시장에 대한 가망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어촌이나 산간·도서·벽지 등 일부 수요를 기대했던 틈새 시장마저도 사업자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 유선망이 취약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길이 유일한 탈출구”라며 “정부나 통신사업자가 공동 수출 모색으로 장비업체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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