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부진한 실적발표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전세계 D램업계의 쌍벽을 다투고 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현지시각 25일 장마감후 4분기(6∼8월) 매출이 4억8030만달러, 순손실이 5억7500만달러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4분기 매출액은 시장 예상매출액인 6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전분기보다 41%, 전년동기보다 79%나 격감한 수치다. 특히 4분기에 영업손실만 9억3000만달러를 기록, 매출액의 두배에 이르렀으며 주당순이익(EPS)은 전분기 19센트 적자에 이어 28센트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 움직임과 연동성이 높은 삼성전자는 26일 주가가 1500원 떨어진 14만1500원을 기록했으며 하이닉스반도체도 15원 내린 875원으로 하락하는 등 국내 반도체주들에 악재가 됐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가 이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부진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지만 D램업체들의 심각성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에 비관적인 요소라고 지적한다. 또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4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보다 5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도 예외일 수 없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팀장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이같은 실적은 시장의 하향된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어서 충격이 예상된다”며 “4분기 D램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 최근의 실적발표 이후 반등 모멘텀을 상실시킬 수 있어 조정국면에 대비하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동제 현대증권 팀장은 “단기적으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에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실적기준으로 바닥을 논할 수 있는 시기는 당겨질 수 있으며 D램 상황이 악화될수록 삼성전자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이러한 실적부진을 내세워 세계 D램업계를 상대로 한 반덤핑 제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0월중 세계 D램업계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준비해왔으며 부진한 실적발표를 계기로 제소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편 엄청난 손실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8월말 기준으로 16억8000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등 재무 상황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수요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반도체 회복’의 전제로 꼽았던 업계내 자율 감산을 저해하는 요소로 풀이된다. 최근 자금악화설이 나돈 독일 인피니온의 경우 지멘스라는 튼튼한 재원을 주주로 갖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감산보다 회사채발행 등을 통한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독일 인피니온 등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영업부진 속에서도 피말리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어 궁극적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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