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국내 통신장비기업의 중국사업팀원인 A씨를 만났다. 그는 1년여간 중국 지역전문가 과정을 거쳐 회사의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투입된 인물이다.
A에게 중국은 ‘위대한’ 나라였다. 그는 우리나라를 “중국의 1개 성(省)보다 작은 나라”라고 간단히 표현했다.
중국이 광대한 영토에 거미줄 철도망을 구축했고 정부와 민간기업의 전략이 일맥상통하며 언제나 손해보지 않는 거래(deal)를 이끌어내는 국가라는 것. 한 마디로 규모와 치밀함에서 한중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며 “한류(韓流) 열풍에 웃음짓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신감이 수년 내에 울음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A는 한 발 더 나아가 “관시(관계)의 나라인 중국 사람과 기업들에 비친 한국인, 한국기업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비쳐진다”며 “하나의 중국기업을 두고 먼저 제휴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끼리 다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런데 A와 헤어진 지 한 달여만에 씁쓸한 일이 벌어졌다. 그가 속한 기업이 국내 경쟁업체와 접촉해온 중국기업을 중간에서 가로채간 것이다. 가로채기는 체육경기에서나 칭송받을 일이다.
물론 A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해당 기업의 중국사업 전위대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물음표(?)를 만들어낸다.
우리 통신장비기업들에 중국시장은 절체절명의 탈출구다. 혹자는 중국을 ‘제 2의 내수시장’으로 여긴다. 유선 인터넷과 이동전화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더이상 내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新)사대주의에 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더군다나 상도의를 무시한 업체 가로채기는 자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정보통신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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