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벤처버블 이후 벤처주가지수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벤처지수는 2000년 3월 10일 최고치인 786.40을 기록한 후 2000년 12월 26일 91.53으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 횡보가 지속되고 있다.
주가급락으로 묻지마 투자는 2000년 2분기 이후 묻지마 투매로 전환되면서 상당수 벤처주가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닷컴기업에 대한 기대하락으로 나스닥이 급락, 벤처거품론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닷컴기업의 수익모델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어 급반전의 기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최근 미국경제의 불황과 미국 테러사건으로 불안요인이 가중되어 코스닥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미국의 보복전쟁이 가시화될 경우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따라서 4분기부터는 벤처기업의 자금 고갈로 다수의 퇴출기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벤처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난을 해소해 왔으나 투자부진으로 한계에 봉착하고 있으며 테헤란로 일부 업체는 건물임대료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벤처펀드 결성의 어려움도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창업투자회사들의 벤처펀드 결성은 5건 총 400억원으로 7월보다는 나아졌으나 2001년 상반기에 비교해도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6월 이후 벤처투자가 점차 회복세로 들어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벤처침체로 부정적이다.
또 벤처캐피털도 2001년 하반기 97개의 투자조합 결성을 계획했으나 59개로 축소될 정도로 투자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출자금 전면 백지화 등으로 1조790억원의 투자조합 규모를 6455억원으로 수정했으며 실제로는 최근의 펀드 결성 부진 등을 감안할 때 계획액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대다수 벤처기업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악화로 코스닥등록을 연기함에 따라 벤처캐피털은 투자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KTB네트워크는 올해 43개 투자기업의 코스닥등록을 계획했으나 8월말 현재 21개 기업체만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며 나머지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산은캐피탈도 올초 30개 투자기업의 기업공개를 준비했으나 현재 8개 업체만이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이에따라 최근 벤처기업 및 창투사들은 다양한 위기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선호되는 대응책은 인수합병(M&A)이다. 수익모델을 쉽사리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난과 적자누적, 인력이탈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업체들 가운데 일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넷 벤처기업 임원진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0%가 매도의사를, 45%가 매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닷컴기업의 M&A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경영자 주식전부를 매각하거나 개발한 콘텐츠나 도메인 판매 등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M&A바람에 발맞춰 사이트마켓(http://www.sitemarket.co.kr), 세일즈웹(http://www.salesweb.co.kr) 등 웹 사이트 또는 콘텐츠와 기업체 전체의 거래를 중개하는 상거래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창투사들은 코스닥시장의 침체, 자금문제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체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 경영컨설팅을 통해 조직체계, 인사, 업무프로세스 등을 전면개편하고 경영환경분석, 투자 프로세스 구축, 중장기 비전 수립 등이 주된 내용이다.
경영진의 해외펀드 조성문제로 경영위기를 겪었던 한국기술투자(KTIC)는 아더앤더슨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했으며 무한기술투자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액센추어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고 최종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KTB네트워크는 6월부터 베인앤컴퍼니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벤처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원칙이 바로서야 한다. 제 1원칙은 시장중시정책으로 벤처업계의 비효율성 제거 및 자립성강화다. 단기적인 미봉책은 결국 화를 초래할 것이며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시장중심의 정책을 통한 비효율성의 제거와 자립기반의 마련이 요구된다. 이런 원칙하에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IT투자촉진을 통한 IT벤처 매출 증대 △건실한 벤처투자 환경조성 △벤처경쟁력 제고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우선 IT 투자 촉진을 통한 IT 벤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IT 활용에 대한 조세, 금융제도 추진으로 IT 투자에 대한 효율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또 중소기업의 IT화 부진으로 정보화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점을 감안, 초고속통신망 구축을 통한 IT업체의 수요증대를 꾀해야 한다. 건실한 벤처투자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벤처인증 제도의 보완을 통한 일반 투자자의 피해 최소화 △코스닥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상장주 관리 강화 △벤처기업 기술평가의 신뢰성 확보 △단기적 투자재원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재원 종잣돈 활용 등을 모색해야 한다.
또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벤처기업 구조조정 실리로 비효율적 기업 퇴출 △벤처기업 초심으로 재출발 △시장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통한 선순화 구조 발판 마련 △수익원 확보를 통한 안정적 현금유동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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