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관리(SCM)의 딜레마가 중소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흔히들 SCM 하면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모두가 공존공생할 수 있는 ‘윈윈전략’으로 여겼고, 또한 성공요인은 이들 사이의 강고한 협업마인드라고 꼽았지만 정작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 아직은 국내 산업계에 B2B 환경이 조성돼 가는 초기라, 대기업 중심의 오프라인 거래폐단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중소 부품협력업체들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A사는 생산·발주계획 등 일부 조달업무를 중소 부품업체들과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A사는 수시로 바뀌는 생산계획을 실시간으로 온라인 통보하면서, 변동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고 재고조절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문제는 완성차의 생산계획만이 SCM에 반영될 뿐 부품 생산용량 등 납품 협력업체의 사정은 무시된다는 데 있다. A사의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생산계획의 잦은 변경이 용이해졌지만, 협력사들은 일방통행식 통보에 그대로 따라 맞추기 급급하다”면서 “결국 완성차 업체만을 위한 SCM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초 생산계획에 맞춰 부품을 만들었던 중소기업들은 생산축소로 인한 재고부담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이같은 부작용은 보다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들로 갈수록 더해, 요즘처럼 재고가 남아도는 형국에는 대기업 중심의 SCM이 중소기업 경영난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소기업들에 SCM이 곱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생산·주문의 온라인 발주가 직접 계약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발주계획에 맞춰 생산한 부품을 가져가더라도 A사는 필요한 물량만을 대금결제하고, 남는 재고는 자사 창고에 비축할 뿐이다. A사의 또 다른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부품업체들은 온라인 발주한 부품에 대해 외상어음이라도 요구하고 있지만, 단지 남는 납품물량에 대해 물리적인 창고비축 부담만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이라고 전했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인 B사가 추진하고 있는 SCM도 아직은 ‘미완성’ 형태로 남아있다. 공룡조직의 속성상 경영층의 생산계획 변경 결정이 실무진까지 내려오는 데 적지 않은 시차가 있고, 납품기한을 불과 며칠 앞두고 협력사들은 급작스런 통보를 받게 되는 일이 잦았다. 대기업 스스로가 SCM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부작용이다.
결국 협력사간 공존공생을 위한 SCM이 대기업 중심의 일방통행식 정보전달 체계로 전락하면서, 또 다른 주체인 중소기업에는 밉상으로 여겨지는 꼴이다. SCM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국내 B2B 환경의 맹점이 중소기업들의 열악한 정보화 실태와 마인드 탓이라 여겨졌지만, 실은 대기업의 거래관행도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라면서 “진정한 협업을 위한 대기업들의 인식전환도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