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중 최저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20일 1만원(6.10%) 하락한 15만4000원으로 마감,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6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지난해 10월 31일 기록했던 14만25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은 삼성전자가 국내 시가총액 1위 정보기술(IT)업체고 투자자들에게 기술주 투자의 척도가 돼 왔다는 점에서 여타 IT주의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의 이런 주가하락은 미 테러쇼크의 영향으로 4분기에도 당초 기대됐던 D램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미국 반도체주들이 연일 급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날 삼성전자가 3분기와 4분기 반도체부문의 적자는 물론 전체 사업부문 집계에서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온 것도 이날 주가급락의 원인이 됐다.
◇4분기 기대 없어지고 있어=미 테러쇼크 이후 반도체의 4분기 계절적 반등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128MD램 평균가격이 2분기 4.08달러에서 3분기 2.13달러로 4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투증권 추정치)되고 있어 4분기 D램가격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버텨오던 주가가 기대감 상실로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D램관련 기업들의 실적치가 유포되는 9월말∼10월초에는 주가하락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의 중동지역에서의 긴장과 전쟁우려감이라는 불확실성으로 4분기에 대한 회복 기대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CPU 가격인하-윈도XP 출시-PC판매 증가-D램수요 회복이라는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이번 미국 돌발악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끊어지고 있다”며 “기대심리 무산으로 8월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반도체 현물가격은 점차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적자?=대신경제연구소는 이날 삼성전자가 반도체 D램 판매단가 하락이 심화돼 정보통신부문의 선전에도 불구, 사업부문 전체에서 3분기와 4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3분기에 삼성전자가 D램 부문에서만 3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사업총괄에서도 1480억원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진영훈 대신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미 테러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지속적인 실적악화 전망으로 단기간내 상승 모멘텀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7월말보다 추가 하락한 D램가격과 PC수요 회복 기대가 어려워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시장평균으로 하향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3분기 결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공식 기업설명회자리 이외에서는 실적과 관련,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미 반도체주 약세 지속=미국 증시와 연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 반도체주의 약세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주들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재개장한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3일동안 26%나 폭락하는 등 미국 반도체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8월초 이후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4.0%나 하락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때 오히려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24일(현지시각) 실적발표를 앞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4분기(6∼8월) 주당순이익(EPS)이 27센트 적자를 기록, 전분기 19센트 적자보다 크게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전세계 반도체주들의 상승기대는 당분간 꺾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편 교보증권은 이날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0월경 미 상무부에 덤핑을 제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런 조치가 반도체 메이커들의 저가 방출을 일부 막는 역할은 하겠지만 최근 자금사정이 넉넉지 못한 업체들에는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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