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e북]인공지능 -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인공지능 -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리처드 그레고리 지음, 박지숙 옮김, 에버북닷컴 펴냄, 2800원.

 

 스티븐 스필버그의 화제작 ‘인공지능’은 감정을 지닌 로봇소년 데이비드의 꿈과 모험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대한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사랑의 감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가지며 발전해 나가는 데이비드가 스스로를 피노키오에 비유하는 대목은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에서처럼 로봇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지능을 가지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세계적인 신경생리학자 리처드 그레고리는 “그 대답은 아마도 예스(yes)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리처드 그레고리가 집필한 ‘인공지능-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인공지능 연구의 최신 성과를 개괄하면서 그 딜레마와 발전적 가능성을 명쾌하게 풀이한 교양 입문서다.

 인간의 뇌는 상호 작용하는 신경망의 집합이다. 입력된 부분적인 정보를 사용해서 전체의 패턴이나 사물 전체를 추측하는 등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것은 0과 1의 이진법을 통한 연산·기호 작용을 근간으로 하는 디지털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체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디지털 신경망에 대한 연구가 인공지능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미국 학자 러멜하트와 매클레랜드는 병렬분산처리(PDP) 신경망에 대한 실험을 통해 인공 신경망도 인간의 아이와 비슷한 형태로 언어를 습득하고 실수를 통한 학습의 피드백을 통해 문법규칙을 발견해내는 것이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다고 한다.

 또다른 인간의 특징은 학습을 통해 체득한 것을 다음 세대에 전수함으로써 지식 및 경험의 광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 인간은 물론 인간 사회를 이루는 근원적 기반이다. 로봇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인간은 죽으면 저장된 언어와 영상이 소멸되지만 컴퓨터는 파일을 주고받듯 정신이 지닌 내용 전체를 직접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단계의 과학 수준을 고려할 때 풀어야 할 난제는 아직 무수히 많다. 또 저자가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에 대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인간 복제와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과학윤리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인공지능에 관한 흥미진진한 과학적 해설을 통해 우리 인간의 정체에 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흥미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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