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시장이 마침내 전면전에 돌입했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비교광고를 허용한 이후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전자가 가전업계 처음으로 비교광고를 시작함에 따라 최대 격전지로 예상했던 가전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우전자가 연간 1조원 규모의 김치냉장고 시장을 겨냥해 주요 일간지에 비교광고를 게재함에 따라 가전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본격적인 비교광고전에 돌입할 태세다.
◇비교광고 돌입=대우전자는 18일 주요 일간지에 ‘대형 김치냉장고-직접 비교해봤습니다’란 큼지막한 크기의 카피를 단 전면광고를 게재해 만도공조·LG전자·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회사는 전면광고에서 김치냉장고시장 선두인 만도공조 ‘딤채’는 물론 LG전자 ‘1124’ 등이 주력하고 있는 180L급 용량을 타깃으로 5개 항목에서 자사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비교할수록 돋보이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타사제품과 달리 대우측 제품의 ‘4개 보관실이 모두 김치실로 쓰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냉동실·야채실·김치실·썰림냉동실 등으로 동시 사용할 수 있다’는 등 기능적인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대우전자는 또 이번 비교광고를 혼수시즌인 10월부터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인 데다 세탁기 등 가전품목에 대해서도 비교광고를 계획하고 있는 등 선두권 진입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경쟁업체 반응=대우전자의 선전포고에 가전업체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가전업체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번 비교광고가 제품의 성능비교가 아닌 외형 기능만을 비교함으로써 성능이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마치 품질에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확대해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선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하위권에 있는 대우전자가 이를 계기로 만도공조, LG전자 등 선두권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와 동등한 반열에 서려는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어 이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대우전자의 이번 광고가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18일 가졌다.
만도공조는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체 시장점유율이 두자리 미만인 대우전자가 자사와 비교했다는 것에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대우전자의 비교광고로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전했다. LG전자의 김치냉장고 콘셉트가 냉동고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인데 대우가 오히려 이를 간접적으로 홍보해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성능에 대한 비교내용도 없고 공정한 데이터도 갖추지 않아 대우의 광고가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심 자사를 비교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도공조 등 3사는 대우의 광고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김치냉장고의 핵심은 적정한 보관온도인데 이런 성능 문제는 제쳐놓고 기능만을 비교광고한 것에 적극 대응할 경우 광고전에 따른 불필요한 소모전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전망=3사는 대우광고에 적당히 대응하는 수준에서 비교 광고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냉장고가 올해 1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백색가전에서 가장 큰 품목으로 성장한 데다 김치냉장고의 최대 수요시즌인 혼수철과 겨울철이 다가옴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대우광고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또 만도공조의 광고대행사인 애드벤처가 대우전자의 비교광고가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윈회와 광고심의기구에 제소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법적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이번 대우의 비교광고 후폭풍은 김치냉장고에 이어 세탁기, PDP TV , 전기압력밭솥, DVD 플레이어 등 시장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비교광고는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해 정확히 확인·비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구매선택 기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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