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투자 손실 보전제도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벤처기업 투자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이 제도를 놓고 벤처기업 창업 초기 자금난을 덜어주는 바람직한 제도라며 찬성하는 측과 모럴 해저드 현상만 부추길 뿐 벤처기업의 자생력 확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시행 여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정책 논리에 따른다면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재정경제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신기술사업 금융지원에 관한 법률을 고쳐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면 위로 부상한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도의 주요 골자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벤처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때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손실보전 범위는 도산 또는 이에 준하는 기업의 경우 최고 30억원 한도에서 투자손실 발생액의 일정비율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수수료율은 2%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수수료 수입액, 투자성공 자본이득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도가 창업 초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줄 뿐 아니라 시중 유동자금을 산업자본화하고 미래 첨단산업을 중점지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본다.

 그러나 벤처투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정부의 지나친 벤처지원에 대한 타당성 여부는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이 과도할 경우 벤처기업들은 기술혁신과 경영실적보다 코스닥 등록 및 증자를 통한 자본이득을 우선시하고, 투자자들은 벤처투자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등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왜곡도 문제다. 시장 논리에 의해 벤처기업들의 자율적 가치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함량미달의 벤처기업들이 또다시 살아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5년간 최고 20%에 달하는 보전약정수수료와 20∼30%에 달하는 성과수수료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이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고수익을 전제로 하는 벤처투자 개념과 상반되는 것도 문제다. 자칫 벤처업계의 자생력만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지금 경제가 어렵지만 이를 타개할 대안의 하나로 벤처산업의 육성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지원은 오히려 벤처 시장의 동반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을 벤처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에서의 검증 과정을 중시하는 미국과는 달리 정부의 벤처기업 지정제도 기준에만 합격하면 벤처기업으로 인정해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저수익 고위험의 벤처기업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수만 늘리는 양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기업간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이 옮겨져야 한다. 또 기업공시제도를 강화하고 코스닥 종합시스템과 주가감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장

과 제도정비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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