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인들 대부분이 한국의 IT 발전에 놀라워한다. 중국의 IT 인프라 수준은 한국보다 10년 이상 뒤져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 기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직원 600명을 거느린 회사 대표가 “중국은 아직 후진국이어서 골프는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베이징대나 칭화대 같은 명문대학를 졸업한 중국의 디지털 리더들 대부분이 “중국 개방화의 물결과 함께 IT 분야에서 일하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그 속에는 “중국도 희망이 넘치는 나라이고, 기적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개인적인 부나 명예 이전에 중화민족의 부흥을 얘기하는 목소리에서는 알 수 없는 힘도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오랜 기간 ‘잠자는 호랑이’로 표현되던 중국이 이제 깨어나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국으로부터 한수 배우겠다는 중국 기업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그동안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
컴퓨터·인터넷·통신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중국 IT기업들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지난 84년 설립된 쓰퉁(四通)그룹은 중국 컴퓨터산업의 원조격인 회사다. 지금도 중문(중국어) 계산기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쓰퉁은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순수 민간업체다. 정부와 기업이 밀접하게 연계된 중국 특유의 정치·경제적 환경 속에서 한때는 회사 경영에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쓰퉁그룹 주시둬(朱希鐸) 총재는 “올들어 토털 IT서비스 제공을 기치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설립된 디지털차이나는 중국 최대 컴퓨터 메이커인 롄샹(聯想)그룹이 인터넷 및 시스템통합(SI)부문 사업팀을 별도로 독립해 만든 회사다. 신생 업체지만 롄샹그룹 전체 매출(230억위안)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이 회사는 중국 베이징을 의미하는 ‘861’의 번호로 홍콩 증시에 등록됐다.
디지털차이나의 모회사인 롄샹은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 출신들이 창업한 중국을 대표하는 IT 분야 벤처형 국유기업이다.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디지털차이나의 사업 미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쓰퉁그룹과 디지털차이나 모두 베이징 중관춘에 본사가 있다. 다만 쓰퉁그룹의 건물은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지만 디지털차이나의 사무실은 1층에 외제차 전시장이 있는 새로 만들어진 빌딩이다.
쓰퉁그룹 주 총재가 “국영기업이 아닌 순수 민간기업으로서 쓰퉁의 발빠른 시장 대응력에 주목해달라”고 말한 데 반해 디지털차이나의 위리산 부총재는 “중국의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디지털차이나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수 민간기업인 쓰퉁과 국유기업인 디지털차이나의 장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그럼에도 두 회사가 바라보는 중국 IT 시장의 방향과 미래는 정확히 일치한다.
실제로 주 총재와 위 부총재 모두 “중국 시장도 이제 단순 하드웨어 차원이 아닌 솔루션 개념의 종합적인 IT 서비스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래서 쓰퉁과 디지털차이나 두 회사 모두 앞으로 통신·금융·경영정보 등 각 산업 분야의 시스템통합(SI)사업에 큰 비중을 둘 계획이다.
IT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두 회사의 사업 전략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스퉁과 디지털차이나 모두 기업 내부 정보화 시장에서 출발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 전체 정보 인프라 구축으로 시장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간다는 계획들을 세워놨다.
또한 쓰퉁그룹 주 총재가 “한국 업체와 다양한 형태의 공동사업 추진을 원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차이나의 위 부총재도 “최근 방문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책상 위에 놓고 매일 보고 있다”며 한국 IT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숨김없이 표현했다.
중국 컴퓨터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순수 민간기업 쓰퉁그룹의 변신과 중국 IT 분야를 대표하는 벤처형 국영기업 디지털차이나의 자신감이 향후 중국의 IT 인프라 구축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주목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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