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터넷 업계가 조용히 변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 언론들은 중국 닷컴을 대변했던 ‘얼굴마담’들이 연달아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도산하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중국 인터넷 업계가 크게 위기를 겪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는 중국을 밖에서 지켜보는 외국 언론의 시각일 뿐이다.
중국 현지의 평가는 우리들의 잣대와 크게 다르다. 중국 인터넷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최근 인터넷 선두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사표를 낸 것은 발전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세대교체’일 뿐 위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문을 닫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이 지칭하는 세대교체도 신진세력의 등극이 아니다. 선진외국에서 새로운 산업을 익힌 젊은 엘리트들이 물러나고 오프라인 ‘장사’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구세력이 자리를 잡는다는 뜻이다. 중국내에서는 최근 변화가 단순한 조정기가 아닌 성장을 위한 도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인터넷 산업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우리에게는 낯설다. 중국인이 가지고 있다는 장사꾼의 눈으로 그들이 이끌어가고 있는 인터넷 산업을 들여다 보자.
지난 6월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의 창업자 왕즈둥(王志東)이 CEO를 사직하고 수석고문으로 물러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마이8848의 창업자이자 이사장인 왕준타오(王峻濤)가 사퇴했다. 주된 이유는 실적부진과 자금난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중국 인터넷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어서 이들의 퇴진은 현재 중국 인터넷 시장의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또다른 대표주자인 소후닷컴의 창업자 장차오양(張朝陽)과 네티즌의 창업자인 딩레이(丁磊)도 수세에 몰리고 있다.
많은 인터넷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닷컴의 붕괴를 점치면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포털사이트들은 직원을 감원하고 유료화를 실시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시나닷컴이 웹메일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줄이어 많은 포털업체들이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올들어 등록비와 정보제공료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CEO의 퇴진과 유료화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결코 중국 인터넷 산업의 붕괴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아니다. 바로 구세대의 등극을 뜻한다. 그동안 인터넷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신세대 CEO들은 ‘경험부족’이라는 약점을 드러낸 것이며 이제부터는 수천년 장사꾼 기질을 물려받는 ‘노련한 어른’들이 부상하는 것이다.
20여년간 미국에서 IT업체 관리를 담당하다 올 상반기에 시나닷컴으로 자리를 옮겨 신규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시나닷컴의 저우마오 집행부총경리 및 마케팅주관<사진>도 노련한 어른의 하나다.
저우마오 집행부총경리는 “얼마전 당간부와 나이 지긋한 업체 임원들이 대거 참석한 강연회에서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파란 20대 젊은 놈(?)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떠들기 시작하자 참석자 대부분이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며 가볍게 웃었다. 이 웃음뒤에는 지난 몇년간 신세대에게 밀려 뒷전에 있던 구세대의 조용지만 거센 바람이 중국 인터넷 업계에 불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중국이 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기 가장 쉬운 나라라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제공(ISP)업체인 263닷컴에서 제공하는 접속번호(2631, 2632)로 연결하면 중국 어디에서나 곧바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속도도 국내 PC방에서 사용하는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다.
별도의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개인 ID·비밀번호를 묻지도 않는다. ID와 비밀번호는 263으로 통일된다. 개인계정을 갖지 않고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전화고지서에 이용료가 첨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정을 신청하거나 ID를 부여받는 불편한 과정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외국인이 중국 여행을 한다면 이 접속 방법을 사용해 볼 일이다. 호텔방에서 시내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얼마든지 빠른 속도로 인터넷 서핑이 가능하며 시내전화료가 한국돈으로 몇원에 불과해 호텔에서는 무료로 제공한다.
그렇다면 왜 전화접속이 간편한가. 그 해답은 독점권에 있다. 263닷컴은 중국 정부 투자로 설립돼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중국전신의 회선망을 임대해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인터넷 접속비용을 263닷컴이 등장하기 이전에 중국 최대 ISP였던 잉하이웨이보다 절반가격으로 내린 것이다. 이는 중국전신이 회선당 가격을 반으로 인하했기 때문이다.
또다른 혜택이 있다. 온라인 결제가 어려운 중국 금융상황 때문에 잉하이웨이는 인터넷 접속비용을 선불카드로 대신했다. 이에 반해 263닷컴은 별도의 정산프로그램을 개발해 전화요금 고지서에 포함시켰다. 중국전신의 ‘팔이 안으로 굽는’ 정책 결과다. 모두 공산당이 정권을 쥐고 있는 중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63닷컴이 서비스를 개시한 지 얼마후에 잉하이웨이는 문을 닫고 말았으며 263닷컴은 한때 ISP시장 60% 점유라는 독점적 위치를 차지했다. 또 서비스를 시작한 98년 첫해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263닷컴은 포털사이트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점유율이 40% 선까지 낮아졌지만 계속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대도시에서 ASDL 서비스가 실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료 회원수가 크게 낮은 절대적인 이유가 전화 접속의 편리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 7월 ADSL 서비스를 실시했으나 한달 동안 신청자수가 800여명을 밑돌 정도다. 물론 또다른 이유도 있다. 볼만한 동영상 콘텐츠가 없을 뿐더러 대부분 웹메일을 사용해 멀티미디어 콘텐츠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어 굳이 비싼 설치비(1500위엔)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빠른 인터넷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인터뷰:알리바바닷컴 젠항 부총경리 겸 베이징총경리
고대부터 엄청난 상권이 발전한 나라 중국. 이 나라에서는 ‘인터넷 상권’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궁금증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2B업체인 알리바바닷컴의 젠항 부총경리를 통해 풀어본다.
―알리바바닷컴의 현황은.
▲지난 99년 3월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현재 202개 국가에 80만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에 업데이트되는 상품수도 수만개에 달한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오다 지난해말부터 일부 서비스에 한해 수수료를 부과해 매출은 높지 않지만 분기별로 10%씩 증가하고 있다.
―어떤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가.
▲중국 알리바바닷컴 사이트에서는 업종을 크게 27개로 나누고 세부 업종은 1000여개로 다양하다. 주로 화학공업제품과 전자부품, 농업이 주종을 이뤄 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와는 크게 다르다.
―중국은 온라인 결제가 어려운데 어떻게 해결하나.
▲온라인 지불방식은 거의 안이뤄진다. 후불제가 관행이며 기업간 거래에서도 은행의 LC 등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뿐더러 온라인 결제를 원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알리바바닷컴은 거래계약까지만 서비스를 한다. 물론 목표는 웹에서 결제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신용과 물류문제다. 현재 중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700여개에 달하지만 실거래가 아닌 정보교환만 이뤄져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오프라인 업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회원사들은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이들의 신용도를 체크할 방법이 적다. 알리바바닷컴은 이를 위해 평가시스템과 위험도 컨트롤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물류문제는 좀더 심각하다. 그러나 우체국 물류망이 탄탄하고 몇개 대기업이 공동으로 대형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있어 아쉬운 대로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표1>중국의 인터넷 확산 현황(2001년 6월말 기준)자료:CNNIC
구분 99년말 2000년 6월 2001년 6월 비고
컴퓨터호스트수(대) 350만 650만 1002만 전용선 이용 163만, 전화선 이용 839만
인터넷사용자(명) 890만 1690만 2650만 전화선 이용 454만, 전화선 1793만, 병행 403만
등록(.cn)도메인수(개) 4만8695 9만9734 12만8362 com.cn 9만9922(78%)
웹사이트수(개) 1만5153 2만7289 24만2739
국제선 연결 용량 351M 1234M 3257M
**<표2>중국의 인터넷 가입자 증가 추세 및 전망(단위:백만명, 자료:IDC)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연평균 증가율
16.6 32.1 57.0 80.5 80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3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4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5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6
LG전자, 대대적 사업본부 재편…B2B 가시성과 확보 '드라이브'
-
7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8
앱솔릭스, 美 상무부서 1억달러 보조금 받는다
-
9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