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미세한 점들과 알 수 없는 흔적들이 TV 화면을 가득 채운다. 줌아웃으로 멀리 들여다본 순간 그 점들은 ‘m.net’이라는 글자로 변한다.
간혹 케이블TV를 보다보면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이같은 영상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스테이션 아이디(Station Identification)’다.
스테이션 아이디란 ’방송사의 이미지와 방송국명을 알리기 위한 이미지물’로 해외에서는 이미 각광받는 실험 영상전문 분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스테이션 아이디만을 위한 작은 축제가 최근 음악채널 m.net을 통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번 ‘2001 m.net 스테이션 아이디 콘테스트’에는 지난 7월 16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총 110개의 응모작이 쏟아졌으며 1차 심사를 통과한 44편을 대상으로 8월에 전문심사위원단 및 네티즌의 심사를 거쳤다.
2D·3D·디지털카메라·플래시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 중 최종 선정된 20편은 올해 말까지 인터넷방송 및 케이블 채널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출품작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대상 수상작인 조훈의 2D 애니메이션 ‘어머! 너희들’.
펭귄·코끼리·원숭이·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갓난아기까지 귀여운 동물과 다양한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해 크레파스로 제각각 낙서를 해댄다. 아무 의미없어 보이던 낙서들이 마지막에는 m.net이라는 글씨로 조합되며 스테이션 아이디로서의 완성도를 높인다.
조훈은 이 작품이 그림 350여장을 직접 그려 제작한 것으로, 우여곡절끝에 마지막으로 접수했다가 당선돼 더욱 기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친 샐러리맨이 지하철에서 겪게되는 에피소드를 3D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장윤의 ‘서브웨이’, 가장 많은 네티즌 득표수를 차지한 한대희의 ‘With m.net’ 등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한다.
국내 영상사업의 핵심리더들로 이루어진 전문심사위원의 면면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CF감독이자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 계원예술대학의 유택상 교수, 브라운아이즈의 ‘벌써일년’ 등 뮤직비디오와 ‘베스킨라빈스’ CF로 유명한 차은택 감독, ‘TTL’ CF의 박명천 감독 등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m.net은 총 1357명의 네티즌이 투표에 참여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던 이번 대회를 젊고 실험적인 영상작가들의 발굴을 위해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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