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와 컴팩컴퓨터의 합병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합병 발표 직후에는 IBM을 능가할 초대형 컴퓨팅업체의 탄생을 주목하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합병에 대한 평가는 다소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갔다.
중복사업이 너무 많아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지적에서부터 이미 병자나 다름없는 두 환자가 뭉쳐봤자 얻을 게 없다는 원색적인 비방까지 나오면서 양사의 합병효과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중대형 시스템쪽에서는 IBM을 겨냥한 이번 합병이 IBM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비록 이번 합병으로 ‘뉴HP’가 서버라인의 전반적인 강화를 얻었지만 서비스부문이 IBM에 양적·질적으로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한 제품 리스트 확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PC부문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경쟁자인 델컴퓨터가 펼치고 있는 저가형 직판모델을 과연 합병사가 이겨낼 수 있는가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업계는 본사합병에 따른 한국HP와 컴팩코리아의 합병사가 ‘1+1≥2’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대형업계= 이번 합병이 IBM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합병사가 한국IBM에 어느 정도의 위협을 가할 수 있는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합병사가 한국IBM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힐 수는 있으나 한국IBM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IBM도 이와 관련,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번 합병이 자사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업체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다. 한국HP와 컴팩코리아가 합쳐져 한국IBM과 같은 토털솔루션업체로서의 입지를 갖출 경우 한국썬이 기존 ‘빅4’ 대열에서 이탈해 ‘넘버3’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썬은 이번 합병건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이 회사 마케팅 총괄 반종규 상무는 지난 4일 합병소식을 듣자마자 직원들에게 ‘기회가 왔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반 상무는 “이번 합병으로 인해 오히려 한국썬의 차별성이 강화되고 유닉스서버면에서 제품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썬은 양사 합병 후 이탈이 예상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이그레이션 툴 보급, 보상 판매 등의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EMC, 한국후지쯔 등도 이번 합병이 시너지 효과보다는 고객 이탈로 인한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시장확대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따라서 중대형업계는 합병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총력을 다할 한국HP-컴팩코리아와 이탈 고객을 잡으려는 타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PC업계=시장조사기관인 IDC의 2분기 PC시장 자료에 따르면 HP와 컴팩의 합병으로 외형적으로 양사는 국내에서 노트북 PC에서는 2위, 데스크톱 PC에서는 5, 6위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게 됐다. 전체 PC 판매대수로는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6분의 1 수준.
하지만 합병사가 외형적으로는 커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PC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다지 크지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PC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컴팩코리아는 노트북PC의 경우 ‘세계적인 품질에 가격은 삼성보다 20% 낮게’라는 마케팅 전략을 취할 정도로 저가 공세를 펼쳐왔기 때문에 실제 마진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의 국내 PC업체들은 합병으로 인해 합병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대리점’이라는 독특한 유통구조도 합병사의 성공 가능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대리점 방식이라는 독특한 유통구조와 AS에서 외국계 기업들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양사의 통합으로 국내 PC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PC업체들은 컴팩코리아가 저가 전략을 통해 그동안 꾸준히 신장세를 이어온 만큼 과연 합병사가 언제까지 저가 정책을 유지할 것인가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사가 저가 공세를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도 안심할 상황만은 아니다”며 “과연 이 업체들이 언제까지 저가 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가 국내 PC시장의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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