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e가을 예술무대! 전국에 `문화 꽃비` 뿌린다

정보화의 거센 물결이 일면서 정보격차의 골이 깊어지듯 문화활동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문화의 격차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또 지역과 정보의 산간오지가 존재하듯 문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문화오지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최근 문화인과 민간단체 등이 중심이 돼 문화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오랜 갈증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문화벽지에도 단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음악=인천 연안부두로부터 229㎞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 북한 장산곶과 불과 17㎞ 거리에 불과한 백령도는 인천에서 쾌속선으로도 무려 4시간 30분을 내달려야 찾을 수 있는 외로운 섬이다.

 지난 5월 30일 문화 산간오지인 이 섬에 문화의 단비가 흠뻑 내렸다.

 백령도 실내소극장 흑룡극장. 지역주민과 장병 등 4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서울팝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세미클래식 연주가 시작되자 극장은 아연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가운데 ‘마리아’ 등 클래식에 이어 ‘사랑은 아무나 하나’ ‘소양강처녀’ ‘에레스투’ 등 익숙한 대중가요가 연주되자 지역주민과 장병은 하늘에서 내려꽂는 해병대 특유의 춤과 박수로 하나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같은 시각, 백령중학교에서는 인물, 자연화, 극사실화, 수묵화 등 60점의 유명한 국내 미술작품이 전시되면서 문화갈증에 시달려온 지역주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하기만 했던 섬은 하나의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요 예술인 등이 참여하는 ‘2001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 등 민간단체들이 중심이 돼 산간오지에 풍요로운 문화예술 전파에 힘쓰고 있다. 이가운데 음악은 가장 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11명의 성악가 모임인 ‘아미치(이탈리아말로 친구)’는 정신병원을 돌며 감미로운 노래를 선물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소외지역을 찾아가 클래식의 진미를 알려주었다.

 ◇영화=지난 1일 울산시 서부공설운동장.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6시가 되자 3500여명의 대중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모 방송사의 ‘게릴라 콘서트’를 연상케 했으나 모이는 구성원이 학생보다는 대부분이 가족단위였다. 30분이 지나자 공설운동장 한가운데로 세로 18m 가로 10m의 초대형 에어스크린이 부풀려져 올라가고 버스를 개조한 이동형 극장에선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순간 김승호·황정순 주연의 ‘마부’가 갓 넘어가는 태양에 맞서듯 흑백 빛을 반사하고 동시에 6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황정순의 목소리가 애닲고 서럽다. 순간 운동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공설운동장의 열기는 밤 11시 ‘쉬리’가 끝날 때까지 식을 줄 몰랐다.

 일명 찾아가는 이동식 무료영화관이 상영되면서 울산 서민층이 문화혜택을 맘껏 누렸다.

 서울영상문화원은 최근 35㎜ 영사기, 스크린 등 버스를 개조한 이동영화관을 갖추고 지난 7월부터 오는 12월말까지 경상북도 칠곡군을 비롯해 제주도 남제주군, 전남 함평군 등 전국 36개 시군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상영작품은 윤용규 감독의 ‘마음의 고향’을 비롯해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

사건’, 강제규 감독의 ‘쉬리’ 등 고전과 최신작을 망라한다.

 ◇미술=4일 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인물과 자연’ ‘수묵의 정신과 수채의 만남’의 주제아래 전뢰진의 ‘유영’, 이대원의 ‘농원’, 하태진의 ‘풍경’ 등 60여점의 유명한 국내 작가 작품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

 서울 여느 대형 화랑을 방불케 하는 수준높은 작품이건만 관람객들은 신사복과 양장 사이로 밀짚 쓴 농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농사일에 바쁜 김포시 지역주민이 잠시 짬을 내 대거 방문한 것이다. 이제는 문화격차해소를 자처한 예술장르로 미술도 예외일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달 4일부터 오는 11월까지 김포시민회관을 비롯해 울산 문화예술회관, 전남 해남예술관 등 18개소를 순회한다. 일명 ‘찾아가는 미술관’은 작품전시는 물론 동서양화 감상법에 대한 시청각교육, 인터넷검색서비스도 운영할 방침이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방송=지난 5월 중순 경기도 가평군 북면 이곡리. 가평북중학교 전교생 102명이 오랜만에 실내체육관에 꽉 모였다.

 한국청소년마을이 실내체육관 내에 공개방송과 같은 스튜디오를 마련해 인터넷방송에 대한 전 제작과정을 꼼꼼하게 설명하기 시작하자 이내 어린이들의 설레임은 충만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방송에 대한 실습지도는 물론 또래이야기, 칭찬메아리, 학교자랑 등의 공개방송 제작소개에 이어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시간이 되자 체육관은 일반 방송국 스튜디오를 방불케 하는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한국청소년마을 등은 인터넷방송을 문화격차해소의 한 장르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임= 이달초 경남 거창군 가조면 동례리 교회의 김정태 전도사(42)는 정보 및 문화혜택에서 소외된 산골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컴퓨터교실을 열었다.

 김 전도사는 컴퓨터교육의 효과와 게임을 즐기려는 아이들의 욕구에 착안, 어린이들에게 온라인게임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3만∼4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고민 끝에 온라인게임서비스 업체인 게임팝에 의뢰해 영웅문 무료서비스를 요청했고 게임팝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교회 아이들 8명은 영웅문 평생 무료이용권을 선물받았다.

 PC방마저 없는 이곳 산골 어린이들에게 온라인게임은 명절쯤에나 즐기는 ‘사치’였다. 하지만 한 전도사와 게임업체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명절을 기다리지 않아도, 시내를 굳이 찾지 않아도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국영상자료원 정홍택 원장은 “문화격차해소는 작은 노력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문화생활은 누구나 즐기고 만끽해야 할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조건이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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