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6)다양한 콘텐츠확보전략

 세계 각국이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21세기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육성키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300% 이상 초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너무 초라하다.

 문화관광부가 올해 발표한 2000년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문화산업시장규모는 171억달러로 1조2087억달러를 형성한 세계시장의 0.9%에 불과하다.

 문화콘텐츠분야로 좁히더라도 국내시장은 13억달러로 8500억달러인 세계시장의 0.6%에 그친다.

 방송·영화·애니메이션·게임·음반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가 전체 디지털콘텐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정부에서도 범 부처차원에서 디지털콘텐츠보호 법률안 제정을 추진하는가 하면 각 부처별 산업육성책을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산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이다.

 그러나 민간산업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디지털콘텐츠가 빈약한 상황에서 통신인프라, 법 및 제도적 보완 등은 산업발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각 분야별 문화콘텐츠, 곧 디지털콘텐츠 현황을 살펴보면 콘텐츠부족 현상을 실감할 수 있다.

 ◇방송=올해 말 디지털 위성방송 서비스의 개시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본격 개막될 방송부문의 콘텐츠 부족 현상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12월이면 위성방송만해도 80여개의 채널이 등장할 예정인데다 올해 초 실시된 프로그램공급업자(PP) 등록제 개시로 신규 사업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채널 수가 양적으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업자는 자체 제작비 및 방송설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기존의 콘텐츠를 재활용하거나 해외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케이블PP의 경우 지상파의 프로그램을 여러번 순환 편성하거나 값싼 해외 콘텐츠로 방송시간을 메우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자금 및 제도적 지원안이 마련돼야 한다. 

 ◇게임=국내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 분야 다양한 콘텐츠확보 문제가 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양적 성장을 달성한 게임산업은 이미 내수 포화에 직면했으며 그나마 온라인 PC게임 등 특정분야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시장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최악의 경우 제로성장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

 특히 전세계시장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디오콘솔게임시장에서 국내 업계는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4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비디오게임시장마저도 16비트 이하의 게임기나 밀수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정품을 기준으로 할 경우 비디오콘솔시장은 100억원 미만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가정용 게임시장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영화=올해 한국영화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한국영화시장점유율은 42.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2%에 비해 무려 10%포인트 웃돌았다.

 또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등의 연속흥행에 시중 자본이 영화계로 대거 유입됐다. 외형상으로 우리 영화산업은 60년대 이후 제2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대작 외에는 대부분 작품이 흥행참패로 이어지고 있으며 작품성도 풍요롭지 못하다. 흥행양극화에 따라 관객의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해외 스크린쿼터 압력폐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외형상 양적팽창은 자칫 산업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작품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또 기존 구태의연한 유통 및 배급망을 개선해 작품성 있는 영화가 시장에서 대우받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음반=음반 시장역시 상반기 매출규모로만 보면 다시 살아나는 듯 보이지만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짙다.

 문제는 콘텐츠 부족현상의 심화다.

 이른바 인기곡만 모아 놓은 편집음반이 득세하면서 다양한 ‘스튜디오 음반’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음반 ‘연가’는 올 상반기에만 150만장이 넘게 팔리면서 판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록코드의 ‘애수’, 동아뮤직의 ‘러브’ 등을 포함해 올 상반기 편집앨범시장 규모는 200만장으로 확대됐다.

 상반기 1500만장의 음반시장 가운데 무려 13%를 차지한 것이다.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편집음반 판매비중을 적절한 선에서 조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영상매체로 떠오른 DVD 등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애니메이션=하청 위주에서 탈피해 창작중심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혁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하청생산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달리 창작애니메이션 제작사업 발전은 거북이 걸음마다.

 애니메이션 수출금액이 97년 1억달러를 기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하청생산은 베트남·중국 등 저임의 노동력을 내세운 지역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나 3D 등 창작은 아직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는 낮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나마 최근 화제가된 우리 3D작품인 ‘런딤’이나 ‘가이스터즈’의 경우 작품수준이 떨어지고 캐릭터 등 머천다이징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해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보여줬다.

 이제는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이 활발한 민간투자와 정부지원 등에 힘입어 다양한 소재발굴이 요구된다. 또 프리프로덕션과 메인프로덕션을 함께 갖는 독자 작품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수익성을 높이고 우리작품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영화·게임·음반·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는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이 필수조건임에 틀림없다. 다행스럽게도 콘텐츠 다양화 및 경쟁력 강화가 달성된다면 인터넷이용확산, 초소속통신망 등 이를 지원할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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