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한국산 가전 반덤핑 공세 대응 현지 생산체제 서두른다

 중남미 국가들이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3사가 수출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멕시코 현지 생산·판매 시스템 구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멕시코 마베(Mabe)사와 칠레 최대의 가전업체인 CTI사가 국산 냉장고 및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제소를 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의 우리 기업에 대한 견제수위가 지난해 말부터 한층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정부가 LG전자 냉장고에 대해 35.3%의 반덤핑세율 적용을 골자로 한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조만간 칠레도 가전3사가 수출하는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한 최종판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이같이 자국기업 보호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율의 덤핑판정을 받은 LG전자가 오는 10월께 멕시코 몬테레이 가전공장을 가동하는 등 현지 직판체제 구축을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남미 국가들의 수입규제 외에도 멕시코에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받을 경우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 있는 미국 및 캐나다로의 수출제품에 대한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또 23%에 달하는 냉장고 수입관세를 면할 수 있고 FEU(1FEU:12.2m 컨테이너 한 단위)당 3000달러에 육박하는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규제 현황=멕시코 마베사는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LG전자, 대우전자가 수출하는 184.06∼466.95L급 냉장고를 대상으로 반덤핑제소를 신청해 놓고 있다.

 마베사의 이같은 조치는 국내 가전3사의 현지 냉장고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말 현재 20%를 넘어선 데다 특히 간랭식 냉장고 시장점유율이 50%대를 돌파하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마베와 비트로 등 멕시코 현지기업의 냉장고 시장점유율은 지난 98년 85%를 기록한 이래 99년 81%, 지난해 77.5%대로 떨어진 반면 국내 가전3사의 시장영향력은 98년 11.6%에서 지난해 20.5%를 기록했다.

 이종훈 대우전자 상품기획팀 과장은 “직랭방식의 냉장고에 비해 냉각속도가 빠르고 성에가 덜 끼는 간랭식의 8CF(230L), 11CF(310L)급 냉장고를 찾는 멕시코인이 급속하게 늘면서 구매형태가 직랭에서 간랭식 냉장고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대응전략=국내 가전3사 가운데선 반덤핑에 따른 수출타격이 예상되는 LG전자가 멕시코 직판체제 구축작업을 가장 서두르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연간 23만대의 냉장고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대우전자와 미소마진 판정으로 냉장고 반덤핑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전자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르면 오는 10월말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몬테레이 가전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몬테레이 공장은 각각 연간 40만대, 20만대의 냉장고와 에어컨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LG전자는 향후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으로 생산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멕시코 내수시장은 물론 파나마, 콜롬비아 등 남미 전역으로 수출될 예정”이라며 “향후 몬테레이 공장이 LG전자의 새로운 가전제품 종합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다각적인 검토는 하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연산 30만대 규모의 디지털TV를 생산할 수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 이어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현지공장 설립을 위한 검토작업을 다각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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