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자발적 구조조정`

 

 벤처캐피털들이 자발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적인 분야를 과감히 정리, 위기탈출은 물론 새로운 성장발판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한기술투자가 액센추어로부터 10주간 컨설팅을 받은 후 인력감축 단행을 시작으로 벤처캐피털업계 전체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인력 구조조정 바람은 신규 투자재원조달 및 투자부진 등 벤처투자시장이 장기간 냉각되면서 지난해 활황기때 공급된 과잉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컨설팅 등을 통해 핵심분야에 대한 회사의 역량 결집이 향후 성장의 열쇠로 지적된 점도 비핵심분야의 인력 구조조정을 불러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한기술투자의 경우 지난달 나온 액센추어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말까지 8명의 인력을 감축할 방침이다. 산업 트렌드상 그 중요도가 낮아진 인터넷 관련 투자팀과 비핵심 사업중 하나인 구조조정사업팀이 주된 대상이다. 반면 위기상황에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투자기업 사후관리 부문은 오히려 강화했다.

 무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현재 컨설팅중에 있는 KTB네트워크와 한국기술투자 등 다른 벤처캐피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는 9월까지 4개월간의 일정으로 베인앤드컴퍼니(Bain&Co.)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 KTB네트워크의 경우 컨설팅 시작 시점인 지난 6월부터 인원감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회사측에서는 인력감축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10월쯤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다음달까지 앤더슨컨설팅으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한국기술투자도 연내에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컨설팅 결과에 바탕을 둔 구조조정 외에도 대내외의 환경변화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무한기술투자와의 합병이 무산된 웰컴기술금융이 대표적인 경우다. 웰컴은 무한과의 합병을 추진하며 보강했던 사업부문 관계자들의 상당수가 이미 회사를 떠나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 상황이다.

 또 오는 11월 합병을 앞두고 있는 국민·주택 통합은행의 자회사인 국민기술금융, 국민창업투자, 프론티어인베스트먼트 등 3개 회사도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회사간 통합시에는 물론이고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같은 은행 계열사간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합병되면서 이들 은행의 자회사였던 국민기술금융과 국민창투(구 장은창투) 모두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비정상적인 활황기를 거치며 벤처캐피털들의 인력 과잉이 나타났던 게 사실”이라며 “위기 상황 탈출을 위해 시도되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대형사를 시작으로 중소형사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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